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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남윤서]비리신고센터 간판만 걸고 척결 바라는 서울교육청

입력 | 2010-02-04 03:00:00


서울시교육청 정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부조리신고센터’라고 쓰인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 센터는 이달 1일 설치됐다. 최대 1억 원의 비리 신고 포상금제를 골자로 하는 반부패·청렴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4일 만이었다. 연이어 터진 비리로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발 빠르게 대응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센터장 자리는 비어 있고, 비리 신고를 받는 직원 2명만 앉아 있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센터 문을 연 뒤 지금까지 5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모두 이미 언론에 나온 사건이거나 민원 제기 수준의 신고였다. 초장부터 ‘파리 날리는’ 상황인 것이다. 시교육청이 의욕적으로 발표할 때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풍경이었다.

사정은 이렇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8일 대책을 발표하면서 “검찰 등 외부인사를 파견 받아 센터장에 앉히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검찰은 “인사철이라 따로 자리를 만들어 파견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과 협의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랴부랴 대책안부터 내놓은 것이다. 시교육청은 급히 감사원에 파견 요청을 했다. 감사원 역시 “검토해보겠다”는 반응일 뿐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파견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센터장 자리가 언제 채워질지 불투명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래서는 그 전에 감사실이 운영했던 ‘클린신고센터’의 실패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

3일 시교육청은 신고 포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신고 포상금을 지급하는 구체적 범위와 기준을 명시한 이 안은 일러야 4월부터 적용된다. 집중 신고기간으로 정한 2, 3월에 비리를 신고한 사람은 포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부분이 문제가 되자 시교육청은 뒤늦게 보완하기 위한 지침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례안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발생한 비리를 신고할 경우에만 포상금을 지급한다. 신고 기한을 정하는 회의에서 일부 간부는 “이제부터 발생한 비리에 대해서만 포상금을 지급하자”고 말했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지금까지 벌어진 비리는 눈감아 준다”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런 간부들은 아직도 얼마나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시교육청의 발 빠른 대응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신발 끈을 제대로 묶지 않아 넘어져서는 곤란하다. 곳곳에서 ‘날림’의 흔적이 보이는 시교육청의 비리대책은 보수공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비리 복마전’의 오명을 벗을 수 있겠는가.

남윤서 교육복지부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