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끌던 프로그램 이름값 미련 남아… 콘셉트-출연진만 일부 바꿔 식상… 시청률은 제자리걸음
올 들어 KBS2가 ‘미녀들의 수다’ 시즌2를 시작하고, SBS는 ‘절친노트’ 시즌3를 방송하는 등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 제작이 활발해지고 있다. SBS는 ‘패밀리가 떴다’ 시즌2를 이달 시작한다. 몇 년 전만 해도 각 방송사에서 인기가 높은 대표 예능 프로그램만 시즌제로 제작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어느 정도 인지도만 있으면 시즌제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최근 출연진과 포맷을 일부 바꿔 새 시즌을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시청률이 더 낮아지거나 예전 수준에 머물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녀들의 수다’는 지난해 루저 발언으로 시청자의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달 4일 시즌2를 시작했다. 엄지인 아나운서를 투입해 남희석과 공동 MC 체제를 만들었고, 외국인 미녀 게스트의 사담(私談)에서 벗어나 각국의 문화 차이와 한국 체류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개편 첫 회 시청률은 6.8%(TNS미디어코리아)로 개편 전 마지막 회인 지난해 12월 21일(7.2%)보다 낮았다.
KBS2 ‘상상더하기’는 2004년 11월 ‘상상플러스’로 출발해 중간에 프로그램 이름을 바꿔 시즌2까지 방송한 후 지난달 막을 내렸다. ‘상상플러스’는 우리말을 매개로 한 토크쇼로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포맷 변화를 시도했다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끝내 폐지됐다. SBS ‘야심만만’은 시즌1이 큰 인기를 누리며 5년간 방송됐지만 형식과 MC를 일부 바꾼 시즌2는 1년여 만에 막을 내렸다.
새 시즌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이 시즌제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힘들게 쌓아놓은 프로그램 브랜드 가치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절친노트’의 하승보 PD는 “프로그램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면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새 시즌을 제작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작한 ‘출발드림팀 시즌2’의 KBS 박정미 CP는 “1999∼2003년 방송한 ‘출발 드림팀’과 비슷한 스포츠 버라이어티를 하면서 완전히 다른 포맷이나 다른 제목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예전에 워낙 인기가 있었고 스타를 키워내기 좋은 형식이라 시즌2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방송 비평가들은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국내에서 그나마 가장 성공한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 KBS2 ‘해피투게더’는 현재 시즌3까지 나왔지만 매번 포맷을 100% 바꿨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시즌제 프로그램으로 보기 힘들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