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애기’ 75명 참여작년부터 ‘미담장학회’ 운영지역 중고생 가르쳐 인기
지난달 25일 대전 유성구 문지동 KAIST-ICC(문지캠퍼스) 강의실에서 이 대학 전기 및 전자공학과 3학년 장능인 씨(오른쪽)가 고교생들에게 물리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시간기록계’, 이거 정말 짜증나. 하지만 시험에 자주 나오니 핵심 개념을 알고 가자. 나도 중학교 때는 거의 공부 안 했어….”
지난달 25일 오전 대전 유성구 문지동 KAIST-ICC(문지캠퍼스) 강의실. 이 대학 전기 및 전자공학과 3학년 장능인 씨(21·KAIST-ICC 총학생회장)가 물리과목의 ‘시간기록계(전자석의 원리를 이용해 물체가 운동한 시간이나 속력의 변화를 기록하는 기계장치)’에 대해 설명했다.
장 씨는 대학 1학년 때부터 고교생들을 가르쳐 한 달에 최고 400만 원 이상을 벌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미담(美談)장학회’를 운영하면서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이 장학회는 실비로 가르치는 ‘사교육 없는 학교 팀’(참여 대학생 50명)과 무료로 소외계층 중고교생을 가르치는 ‘미담봉사팀’(참여 대학생 25명)으로 나뉜다. 전체 학생의 30% 안팎이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과외를 하는 KAIST의 학생들이 ‘사교육 없애기’에 나선 셈이다.
KAIST와 ICU는 지난해 3월 통합해 2월 말까지는 총학생회가 두 개(KAIST와 KAIST-ICC)다.
장 씨는 “목표를 ‘사교육 없는 지역 만들기’로 새롭게 설정해 학교 특별자치단체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사교육 없는 학교 팀의 강사는 매월 영어, 수학, 과학 등을 50시간가량 가르치고 40여만 원을 받아 이 가운데 30%는 미담장학회에 기부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활동비로 쓴다. 장학회는 기부금의 일부를 미담봉사팀에서 공부하는 중고교생의 장학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충남고, 전민고, 이문고, 가오고 등 4개 고교에서 학생 52명이 미담장학회 학생들에게 과외를 받고 있다. KAIST 학생 과외는 과목당 월 40만 원 이상이지만 이들 고교생은 과목당 2만5000∼10만 원만 내면 된다.
반응이 좋아 전교 1, 2등 학생도 수강하고 있고, 충남고는 3월부터 강사를 더 요청하기로 했다. 이문고 박광훈 진학부장(교사)은 “강사들이 수능 성적 1% 이내의 실력을 갖춘 데다 형, 누나로서 멘터 역할을 해줘 학생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