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귀 후 원인모를 추락…황병일 코치 만나 완벽 재기
KIA 최희섭(오른쪽)이 지난해 재기할 수 있었던 데는 황병일 수석코치의 도움이 컸다. 황 코치는 타격기술뿐 아니라 마음을 보듬는 리더십으로 최희섭조차 몰랐던 잠재력을 가르쳐 주었다.스포츠동아DB
최희섭은 투수가 아닌 타자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선 최초의 한국인이다. 큰 기대 속에 한국으로 돌아온 2008년. 그러나 끝없는 추락이 이어졌다. 그리고 한 때 최고의 찬사였던 ‘메이저리그 최초 한국인 타자’ 타이틀은 ‘형저메’라는 비아냥거림으로 바뀌어 비수처럼 꽂혔다. 결국 2군행을 통보받은 최희섭은 짐을 싸 인적마저 드문 함평구장으로 향했다.
오랜 마이너리그 경험이 있지만 함평구장은 한적한 농촌에 덩그러니 지어진 쓸쓸한 야구장으로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시설이라곤 녹슨 컨테이너 박스가 전부. 몇 해 전까지 메이저리그 차세대 홈런왕으로 꼽히며 찬사를 받았지만 에어컨 하나 없는 함평의 더위와 싸워야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그 곳에서 최희섭은 인생 최고의 멘토를 만났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사실 최희섭이 국내무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화가 꼭 필요했다. 도움이 절실했지만 단체중심인 국내 훈련방식에서 최희섭은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메이저리그 출신 타자의 타격폼을 선뜻 뜯어고치기도 부담스러웠다. 여기에 원인모를 두통까지 최희섭을 괴롭혔다.
최희섭은 황 코치를 사석에서 “아버지”라고 부른다. 가야할 길을 잃고 거칠게 방황하던 순간 야구선수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게 이끌어준 황 코치에 대한 고마움을 깊이깊이 담고 있는 마음의 표현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