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풍경을 곱디고운 살구빛 추억으로 불러내는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국내 창작뮤지컬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히는 이 작품에는 케니 브라운이란 가수와 그가 부른 ‘스프링타임’이란 포크송이 흘러나온다. 열여섯 초등학생 홍연이와 스물셋 총각선생님 동수의 가슴 아픈 짝사랑은 이 노래를 타고 맴을 돈다. ‘그대가 떠나던 날 겨울이 왔습니다. 내 가슴에 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이제 나에게 봄은 더 이상 오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이다. 놀랍지 않은가.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동양적 정서를 담은 팝송이 있다니.
많은 이들은 케니 브라운을 실존가수로 생각한다. 작품의 배경인 1960년대에 활약했던 포크 가수겠거니. 하지만 케니 브라운은 실존 가수가 아니다. 그가 부른 ‘스프링타임’의 영어가사와 음악은 이 작품의 작사작곡을 맡은 이희준 김문정 씨의 창작품이다. 레코드 음반을 타고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또 다른 작곡가 최주영 씨의 음성이다.
이 작품을 볼 때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장면은 동수(강필석, 이지훈)가 자신을 애벌레인 줄로만 아는 홍연이가 나비와 같은 존재임을 일깨워줄 때 천장에서 150여 개의 전구가 내려오면서 깜빡이는 장면이다. ‘내 마음의 풍금’은 그렇게 계속 진화 중이다. 3만∼6만 원. 2월 21일까지. 02-744-2586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