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공연]꿈에 그린 봄소풍 왜 눈물이 나올까…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입력 | 2010-01-21 03:00:00


1960년대 풍경을 곱디고운 살구빛 추억으로 불러내는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혹한의 추위가 물러가고 봄날처럼 따뜻한 날씨가 찾아왔다. 그와 함께 봄이 오는 길목에서 필견해야 할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도 돌아왔다.

국내 창작뮤지컬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히는 이 작품에는 케니 브라운이란 가수와 그가 부른 ‘스프링타임’이란 포크송이 흘러나온다. 열여섯 초등학생 홍연이와 스물셋 총각선생님 동수의 가슴 아픈 짝사랑은 이 노래를 타고 맴을 돈다. ‘그대가 떠나던 날 겨울이 왔습니다. 내 가슴에 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이제 나에게 봄은 더 이상 오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이다. 놀랍지 않은가.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동양적 정서를 담은 팝송이 있다니.

많은 이들은 케니 브라운을 실존가수로 생각한다. 작품의 배경인 1960년대에 활약했던 포크 가수겠거니. 하지만 케니 브라운은 실존 가수가 아니다. 그가 부른 ‘스프링타임’의 영어가사와 음악은 이 작품의 작사작곡을 맡은 이희준 김문정 씨의 창작품이다. 레코드 음반을 타고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또 다른 작곡가 최주영 씨의 음성이다.

올해로 세 번째 무대를 맞아 연출과 캐스팅이 바뀌었지만 케니 브라운의 음성은 그대로다. 2008년 초연 때 동수 역의 오만석 씨가 연출을 맡아 배우들의 감정선은 더 짙게, 무대연출은 더 단순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홍연이 역의 정운선 씨다. 초대 홍연이인 이정미 씨보다 더 앳되면서 복스러운 표정의 정 씨는 소녀에서 숙녀로 변해가는 감수성을 애틋하게 담아냈다. 특히 봄 소풍 갔다가 동수의 마음이 양호선생님 수경에게 있음을 확인하고 ‘나는 왜, 눈물이 나올까/그렇게도 기다린 소풍인데/왜, 눈물이 나올까/봄볕이 이렇게 따뜻한데’를 부를 때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의 큰 무대를 꽉 채우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볼 때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장면은 동수(강필석, 이지훈)가 자신을 애벌레인 줄로만 아는 홍연이가 나비와 같은 존재임을 일깨워줄 때 천장에서 150여 개의 전구가 내려오면서 깜빡이는 장면이다. ‘내 마음의 풍금’은 그렇게 계속 진화 중이다. 3만∼6만 원. 2월 21일까지. 02-744-2586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