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배급이 끊기자 북한 주민 300만 명이 아사(餓死)하거나 면역체계 약화 등으로 사망했다. 현재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가 약 1만8000명, 재중국 탈북자가 3만 명 정도다. 항상 탈북자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게 있다.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의 먹고사는 문제다. 남한에 온 탈북자들은 번 돈을 가족들을 데려오는 데 쓰거나, 달러나 위안화로 바꿔 생계비로 부쳐준다.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휴대전화이다. 탈북자들은 중국 휴대전화를 구입해 인편으로 북한 가족에게 미리 전달하고 “누구 편에, 언제, 어디로, 얼마의 돈이 갈 것이니 실수 없이 받아라”고 통화한다. 전파는 중국 쪽 국경 기지국을 통해 전달된다. 북한의 가족은 남한 가족과 그 다음에 통화할 날짜를 미리 정하고 보위부의 감시를 피해 휴대전화를 비닐에 싸서 땅에 묻어둔다. 북한 주민의 휴대전화는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켜주는 ‘생존수단’이다.
지난해 11월 30일, 북한 화폐개혁 소식을 전한 통신수단은 당연히 휴대전화였다. 11월 29일 하루 동안 화폐교환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가 네 군데서 휴대전화로 동시에 확인됐다. ‘100 대 1 교환’이라는 동일한 내용으로 네 군데에 교차 확인된 것이라면 사실로 믿을 만했다. ‘탈북자 휴대전화-북 주민 휴대전화’가 세계적인 특종을 전한 것이다.
손광주 데일리NK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