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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羿는 善射하고 奡는 盪舟호되 俱不得其死이어늘…

입력 | 2009-10-27 03:00:00

羿(예)는 활쏘기를 잘하고 奡(오)는 땅에서 배를 끌었지만 모두 제명에 죽지 못했거늘, 그러나 禹(우)와 稷(직)은 몸소 농사를 짓되 천하를 얻었습니다.




‘논어’ ‘憲問(헌문)’에서 공자는 魯(노)나라 대부 南宮适(남궁괄)을 두고 ‘군자로다 저 사람은! 德을 숭상하는구나, 저 사람은!’이라고 했다. 남궁괄은 공자에게 힘을 믿었던 예(예)와 &(오)는 제명에 죽지 못했고 덕이 높았던 禹(우)와 稷(직)은 천하를 차지한 옛일에 대해 어떤 견해인지 물었다. 공자는 그가 尙力(상력·힘을 숭상함)하지 않음을 알고, 군자의 자질을 지니고 또 마음으로 尙德(상덕·덕을 숭상함)한다고 평가한 것이다.

예(예)는 夏(하)나라 때 有窮國(유궁국)의 군주로, 열 개의 태양이 나타나자 활로 아홉 개를 쏘아 떨어뜨렸다고 한다. 하나라 相(상)의 왕위를 빼앗았으나 寒착(한착)에게 살해됐다. 한착의 아들 &(오)는 땅 위에서 배를 끌 만큼 힘이 셌는데 제후가 됐다가 相의 아들 少康(소강)이 나라를 찾은 뒤 죽임을 당했다. 不得其死는 非命(비명)에 죽었다는 뜻이다. 不得其死然으로 끊어, 죽음의 자연스러움을 못 얻었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禹는 부친 곤(곤)의 뒤를 이어 治水(치수)를 맡아 洪水(홍수) 조절에 성공했다. 舜(순) 임금의 禪讓(선양)을 받았지만 舜 임금이 죽자 그 아들에게 양위했는데 백성이 자기를 따르자 천자가 되고 夏나라의 시조가 되었다. 稷은 舜 임금 때 농사를 맡은 后稷(후직)으로, 周(주)나라의 시조가 되었다. 다른 章에서도 공자는 ‘천리마는 힘이 아니라 덕 때문에 칭송한다’고 하여 尙德을 강조했다. 오늘날에는 덕보다도 재력, 권력, 인맥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 고전의 가르침에서 너무 멀어지지 않으면 좋겠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