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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전효정]배움의 열정 가득한 르완다서 희망을 봤다

입력 | 2009-10-13 02:49:00


르완다로 가게 됐다는 얘길 꺼내면 어디냐고 묻곤 했다. 2007년 2월의 일이다. 대부분은 1994년의 내전을 떠올릴 것이다. 지금은 정치적으로 안정됐고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나라이다. 르완다에 도착하기 전만 해도 나 역시 잘 몰랐다. 막상 가보니 르완다에 대한 이전의 생각은 편견일 뿐이었다.

르완다에 도착해 2년간 지낸 곳은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서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키부에다. 바로 옆에 아름다운 키부 호수가 있는 작은 마을이다. 국립기술학교 전기과 학생들을 가르쳤다. 한국에 있을 때 누군가를 가르쳐 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 앞에 설 때는 아주 떨렸다.

어떤 언어로 가르쳐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이 앞섰다.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교과서가 없어서 난감했던 일까지 처음엔 당황스러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은 매우 컸다. 컴퓨터가 부족해 하나를 4명이 사용해도 불편해하지 않았다. 학교에 단 1명뿐인 외국인 교사여서 그런지 이것저것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방과 후에 따로 수업을 개설해서 영어와 컴퓨터를 가르쳤다.

르완다는 한국을 롤 모델로 삼는데 정보기술(IT)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한다. 그래서인지 컴퓨터 수업에 많은 학생이 참여한다. 다들 컴퓨터 처음 배우는 것이겠거니 했지만 유난히 배우는 속도가 빠르고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학생도 있었다. 이름은 아나클레트. 첫 시간에 취미 e메일주소 특기 장래희망을 담은 자기소개서를 컴퓨터로 적어와 나에게 줄 정도였다.

또 뜨거운 열정을 확인한 곳은 전기 자동차 워크숍이었다. 건전지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드는 프로그램인데 한국에선 간단히 만들 수 있지만 르완다에서는 부품을 구하지 못해서 대부분을 해외에서 공수해서 진행했다. 처음 해 보는 자동차 제작이어서 많이 힘들어했지만 밤이 깊어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어떻게든 만들어 보려 하는 그들의 의지에 감탄했다.

아직은 갈 길이 먼 르완다. 언제나 꿈은 높고 현실은 힘들지만 이런 열정이 있다면 나중에는 르완다가 어떻게 변할는지 상상하면 즐겁다. 1960, 70년대에 한국에서 자원 활동을 했던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이렇게 발전할 줄은 몰랐어요.” 나도 몇 십 년 뒤에 르완다에 가서 깜짝 놀라며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르완다가 이렇게 발전할 줄은 몰랐어요. 르완다에서 자원 활동을 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전효정 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 4학년 KOICA 전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