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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의 취업사관학교]서울북공고

입력 | 2009-09-10 02:59:00

서울북공고 고동석 교사(오른쪽)와 기술사관학교 학생들이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시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북공고


전문대 → 中企 ‘취업 고속도로’

산업현장 기초 교육 받은뒤
약속된 대학-기업 코스 직행
진로-목표 확실, 참여도 높아

대부분의 학생이 집으로 돌아간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서울북공고에는 저녁시간까지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 12명이 있었다. 지난 여름방학 때에도 이들은 학교에 계속 나와 ‘전자소자의 구성’, ‘C언어’ 등 정보기술(IT) 관련 수업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고동석 교사는 “전문계고 아이들은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는 데 익숙지 않아 걱정했는데 이렇게 열심히 나와 공부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들은 북공고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기술사관 육성사업’의 대상자이다.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이 사업은 전문계고와 전문대, 중소기업체를 컨소시엄 형태로 연결해주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기초교육을 고등학교에서 받은 뒤 전문대에서 전문교육을 받으면 기업체에서 책임 채용하는 것이다. 중기청은 권역별로 대학 1∼3곳을 선정해 고등학교와 기업체를 연결하는 10개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수도권은 두원공대, 청강문화산업대, 경기공업대가 참여했다. 북공고의 육성사업 대상 학생 중 10명은 3년간 기술사관 교육을 받은 뒤 모두 청강문화산업대 이동통신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11개 이동통신 분야의 중소기업체에 취업한다.

앞으로 북공고는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작업숙련도를 보증하는 ‘기술사관 인증제’를 도입해 신뢰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또 기술사관을 위한 실습실을 따로 꾸밀 계획도 가지고 있다. 1학년 임희수 군(16)은 “방학 때도 계속 학교에 나왔지만 놀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며 “취직 걱정 덜었다고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고 교사는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방황하는 학생이 많은데 진로와 목표가 확실해지니까 수업참여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사관생이 졸업하기 전까지 IT와 관련된 자격증을 최대한 많이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현수 청강문화산업대 이동통신과 교수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미리 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성취도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체에서도 준비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연상 서울북공고 교장은 “전문계고의 완성은 취업인데 학생들이 고교 졸업 후 취업을 꺼리는 경향이 있고 기업체도 고졸 취업자를 기피하면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장은 “기술사관학교 같은 전문계고 산학연계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