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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다함께]‘화가의 꿈’ 키워가는 우르즈 양

입력 | 2009-08-18 02:55:00


“아빠의 파키스탄 고향바다 그려줄래요”

“우르즈는 친구들한테 인기가 좋아요. 서로 그림을 그려달라고 해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살고 있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이주민센터 ‘코시안의 집’. 초등학교 3학년 자말 우르즈 양(10)이 스케치북을 펼치자 또래 서너 명이 몰려들었다. 아이들은 정성껏 그림을 그리는 우르즈 양의 연필 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우르즈 양은 노점을 하는 파키스탄인 아버지, 한국인 어머니, 3남매와 함께 월세방에서 살고 있다.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인 우르즈 양은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지만 6월 한양대에서 열린 미술대회에서 금상을 탔다. 대회에서 우르즈 양이 그린 그림은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한번도 파키스탄에 가본 적은 없지만 아버지의 고향에는 사막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상해 그린 그림이다. 수상 당시 심사위원은 “독창성과 상상력이 뛰어나고 색감이 탁월하다”는 평을 했다. 가족들은 우르즈 양이 미술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여섯 식구가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가정형편 때문에 미술학원에 보내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런 우르즈 양이 이번 달부터 집 근처 미술학원을 다니게 됐다. 다문화가정 아동의 특기적성 활동을 지원하는 교원그룹의 ‘해피레인보우’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교원은 다문화가정 아동 10명을 선정해 매달 직원들이 모은 성금으로 피아노, 태권도, 미술 등 학원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우르즈 양의 어머니 최모 씨(34)는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못해줘 마음에 걸렸는데 학원을 다닐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코시안의 집 김영임 원장은 “이주민 여성을 위한 한글 교육 등 적응 프로그램은 다양한 편이지만 다문화가정 2세대 아동을 위한 정서 교육 프로그램은 부족하다”며 “다문화가정 아동의 정서적 안정과 특기 계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가족부가 지정한 국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100곳이다. 주로 한국어 교육, 가족 간 갈등 상담, 배우자와 시부모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고 있지만 다문화가족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은 한국어 교육이 전부다.

미술학원을 다니게 된 우르즈 양은 “풍경화 그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으로만 봤던 파키스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파키스탄 바다 풍경을 꼭 그리고 싶기 때문이다. 우르즈 양은 “아빠 고향이 파키스탄 카라치라는 곳인데 그곳에는 예쁜 바다가 있대요. 풍경화를 그려서 아빠에게 선물하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안산=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