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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이발관… 약속다방… 60, 70년대 풍경 속으로 추억여행

입력 | 2009-07-31 02:59:00

국립민속박물관 ‘추억의 거리’에 들어선 이발소(위)와 식당의 내부. 1960, 70년대 고단했지만 정겨웠던 일상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이발관 내부는 2007년 문을 닫은 서울 정독도서관 앞 화개이발관의 물품으로 꾸몄다.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화개이발관… 약속다방… 만화방… 노라노양장점…
국립민속박물관 ‘추억의 거리’ 조성 내달 4일 공개

OK공업사의 이발 전용 가죽의자, 빛바랜 타일의 세면대, 가게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는 연탄난로, 벽 한쪽에는 열댓 마리 새끼 돼지에게 젖을 먹이는 어미 돼지의 그림이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시작하는 푸시킨의 시구가 적혀 있는 이발소 그림….

추억의 이발소를 비롯해 다방, 양장점, 만화방, 사진관, 한약방, 포목전, 전차와 포니 자동차 등 1960, 70년대 일상 속으로 빠져들게 해주는 공간이 서울 한복판에서 재현된다. 서울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은 야외전시장에 ‘추억의 거리’를 조성하고 8월 4일 오후 2시 개막식을 갖는다. 추억의 거리는 국립어린이박물관 개관에 맞춰 즐겁고 유쾌한 전시공간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것. 힘겹고 가난했지만 정이 넘쳤던 1960, 70년대 일상을 느껴봄으로써 우리의 근현대 생활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취지다.

추억의 거리는 80여 m의 골목길 좌우에 만들어졌으며 전체 면적은 1900m². 나무 전봇대와 전깃줄도 설치해 실제 분위기를 내는 데 힘썼다.

이발소 이름은 화개이발관.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 앞에서 50여 년 동안 영업하다가 2007년 문을 닫은 화개이발관 내부를 재현했다. 민속박물관은 당시 화개이발관의 의자, 이발도구, 이발소 그림 등 각종 물품을 수집해 보관해 왔다.

민속박물관은 4일 개막식 때 흥미로운 이벤트를 마련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중구 만리동 성우이발관의 이발사를 초청해 ‘1일 머리 깎기’ 행사를 열기로 했다. 첫 국산자동차 브랜드였던 포니의 시승식도 열린다. 민속박물관이 최근 구입한 이 자동차는 1978년식 포니1 픽업으로, 시승식이 끝난 뒤엔 추억의 거리에 전시된다.

또한 추억의 거리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이발소에서는 라디오 소리가 울려나오도록 하고 만화방에서는 옛날 모양의 TV를 틀어놓을 계획이다. 다방에선 식혜와 수정과를 특별 제공하고 LP판으로 1970년대 가요를 들려준다. 골목길 식당 앞에서는 빈대떡도 부치고 뻥튀기와 뽑기도 하며 아이스케키도 판다. 옛날 사진관에선 기념 촬영 행사도 열린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