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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 부글’ 아시아가 수상하다

입력 | 2009-07-31 02:58:00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증시 - 부동산 과열… 버블 논란
부양책에서 긴축정책 선회땐 세계경제 충격 올수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현재 중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이 ‘거품(버블)경제’에 빠져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금융위기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이들 신흥시장은 한때 침체에 빠진 세계경제를 일으킬 ‘구원투수’라는 찬사를 들었다. 하지만 각국 정부가 공급한 유동성이 기업 생산성 향상이나 신규투자보다는 자산시장에 주로 유입되면서 과열 조짐이 보인다는 경고를 받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들도 신흥시장, 특히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감을 원색적으로 표시하고 나섰다. 이는 올 들어 중국의 경제성장에 상당 부분 수혜를 입었던 한국 경제에도 좋지 않은 소식이다. 중국 등 신흥시장은 지난해부터 선진국 시장이 침체에 빠진 이후 한국 기업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 증시와 부동산에 넘치는 돈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29일까지 79.3% 상승했다. 그나마 29일 증시 과열에 대한 경계감에 5% 폭락한 지수가 이렇다. 같은 기간 인도 지수는 57.3% 올랐고, 인도네시아 대만 증시도 각각 64.2%, 54.3% 급등했다. 신흥시장의 이 같은 증시 급등세는 글로벌 펀드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과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결합한 결과다.

올 상반기 중국 은행들의 신규대출 규모는 7조3700만 위안으로 중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이르렀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이 중 20%가량이 증시에 유입됐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인기 있는 중국 주식들 중에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한국 코스피는 평균 11∼13배)가 넘는 종목도 수두룩하다. 주가가 기업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시중에 넘치는 돈은 부동산 가격도 끌어올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36개 도시의 6월 신규주택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했다. 지방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서 시중 자금도 연일 고급주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은 29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중국 은행대출 규모를 언급하며 “나는 원래 중국에 대한 낙관론자였지만 이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상품 투자의 대가 짐 로저스도 “중국 증시가 너무 빠르게 올라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신은 지난해 11월 이후 중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아시아 각국, 정책기조 수정 움직임

버블을 우려한 신흥국 정부들이 조만간 기존의 경기부양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예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하반기에도 현재의 경기 부양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재천명했지만 이는 외부를 향한 ‘립서비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행여 ‘긴축’이라는 용어를 함부로 꺼냈다가 중국 경제는 물론 그나마 회복기에 접어든 세계경제에 엄청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구체적인 변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최근 은행들에 “신규대출 자금이 기업으로 가도록 하고, 자산버블이 우려되는 증권이나 부동산시장엔 유입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권고했다. 또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높이고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심사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했다. 인도 중앙은행(RBI)도 최근 내년 3월까지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5%로 높이며 정부가 과다지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시했고, 베트남 역시 은행들에 대출 상한선을 둘 것을 요청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여전히 추가 경기부양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화증권 조용찬 연구원은 “중국 증시에서 기관들은 버블 위험을 인식해 매도를 시작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들어오고 있어 이는 과열 신호라고 볼 수 있다”며 “조만간 당국에서도 인플레이션 가능성, 대출 급증 등을 고려해 정책방향에 대한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지수가 2007년 말 6,000을 넘었던 것에 비하면 아직 절반 수준에 불과해 버블이라고 말하기엔 이르다는 조심스러운 견해도 있다.

문제는 각국이 동시다발적으로 경기부양책을 거두면 글로벌 경기회복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긴축정책으로 선회하기 전에 선진시장이 회복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한국 기업들은 상품을 판매할 거대시장을 잃어버릴 수 있다. 겨우 원금을 회복한 중국펀드 투자자들도 이 같은 버블론에 긴장하는 상황이다.

대우증권 이병훈 연구원은 “아직 완전한 버블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조정 시점이 왔기 때문에 중국 펀드를 너무 많이 가진 사람들은 지금 부분 환매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