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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떠오르는 새 별]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

입력 | 2009-07-30 03:00:00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 씨는 “체력을 길러야 하는데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아 선생님(김남윤 교수)께 종종 혼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장유진 씨


“연주자의 가장 큰 힘은 관객과 공감하는 순간”

24일 오후 5시 반 서울 예술의 전당 내 카페 모차르트.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 씨(19·한국예술종합학교)는 자리에 앉으면서 혼잣말을 했다. “아, 배고프다.” 이날 오전 김남윤 교수에게 레슨을 받은 뒤 점심도 굶고 곧바로 실내악 연습실에 갔다 오는 길이다. 그를 둘러싼 이야기를 들으면 영락없는 ‘엄친딸(엄마 친구 딸·공부 잘하고 외모 완벽한 여학생을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15세 때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 영재입학, 전 과목 A학점에 전액 장학금, 영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콩쿠르와 로토스 모차르트 프라이즈 그단스크 우승(2006년), 마이클 힐 바이올린 콩쿠르 준우승 및 청중상(2009년)….

“전 특별한 사람이 아니에요. 뛰어난 재능을 타고 났다기보다는 열심히 노력하는 편이지요. 해야 할 일은 끝까지 책임지려고 애쓰는 것뿐인데, 신동이다 영재다 하면서 비법을 알고 싶어 하시는 분이 많아요. 그런 거 없어요.(웃음)”

그는 17일 제헌 61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를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금난새)와 협연했다.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처음 열린 음악회였다.

“보통 연주회장보다 홀의 천장이 높은 데다 워낙 습해서 소리가 뻗어나가지 않아 무척 애를 먹었어요. 연주를 마친 뒤 드레스 상체 부분이 흠뻑 젖을 정도였죠. 그래도 그날 참석한 국민대표들께서 ‘감동했다’고 말씀해줘 기뻤어요. 관객과 음악을 나누고 공감하는 순간이 가장 큰 힘이 되거든요.”

그는 ‘1인 1악기 원칙’을 내세운 충북 청주의 유치원에서 우연히 바이올린을 접했다. 부모는 음악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클래식 애호가였다. 집에는 클래식 선율이 흘렀고 온 가족이 함께 연주회장도 자주 찾았다. 음악이 생활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부모님께 바이올린 연습하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어요. 언제나 ‘우리 딸 연주가 최고’라고 말씀해 주시는 아빠는 제 공연 때 객석에 앉아서 느긋하게 감상하시죠.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잘했어’ ‘괜찮아’예요.”

아버지는 딸을 위해 ‘유진이의 바이올린 공부 이야기(violinist.cafe24.com)’라는 홈페이지를 2004년 만들었다. 지난달 마이클 힐 콩쿠르 참가 소식을 전하면서 아버지는 이렇게 적었다. ‘유진이는 성적을 떠나 뉴질랜드의 경치와 환경에 취해 있는 것 같습니다. 인생의 소중한 추억만 되면 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할 날은 아직도 너무나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많은 연주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는 솔리스트를 꿈꾸지만, 장 씨는 실내악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올 초 영국 런던 실내악 콩쿠르에서 수상한 특별상의 부상으로 9월 독일 바이케르하임 성(城)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그의 관심은 홀로 빛나는 것보다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는 데 있다.

“바이올린은 외로운 악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악 4중주로 어우러지면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낸답니다. 연주하면서 동료들과 느낌을 공유할 수 있어서도 좋고요. 오래도록 실내악 연주를 하고 싶어요.”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