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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스트레스 심한 그녀, 안 먹어도 살이 찐다?

입력 | 2009-07-13 02:59:00


노폐물 쌓이면 생기는 부종, 시간 흐르면 살로 변해… 체내 순환 활발해야 건강하게 살 빠져

올해 초까지도 주부 김지영 씨(34)는 삶에 의욕이 없었다. 결혼 8년 차 전업주부. 네 살인 아이 돌보랴, 남편 내조하랴, 아무리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집안일 하랴…. 결혼 전 플로리스트로 일했던 김 씨는 반복적인 가사에 권태를 느끼면서 꽃에 대한 관심도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결혼 후 몸무게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살이 찌니 외출도 귀찮아졌다. 남편의 낡은 티셔츠, 고무줄 트레이닝 바지가 김 씨의 일상복이었다. 우울증도 생겼다. 뭘 해도 귀찮고 재미가 없었다. 문제는 스스로는 이런 상황에 대해 별반 생각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랬던 그녀가 달라졌다. 3개월 만에 30kg 넘게 감량하며 활력을 되찾은 것. “살만 빠졌을 뿐인데 신기하게 모든 일이 즐겁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첫 아이의 죽음, 스트레스와 함께 찾아온 비만

결혼 전 김 씨는 키 160cm에 몸무게 45kg의 마른 체형이었다. 그녀는 26세에 결혼했다. 지금의 남편이다.

2년 후 남편을 꼭 닮은 남자아이가 태어났지만 행복은 길지 않았다. 아이가 두 돌을 넘기지 못하고 백혈병을 앓게 된 것. 중환자실에서 석 달을 못 버티고 아이는 하늘로 갔다. 김 씨의 몸무게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이때부터였다. 아이의 죽음 직후 식음을 전폐했던 김 씨는 얼마가 지나자 먹는 행위를 통해 충격과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려 했다.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부종도 심해졌다.

둘째 아이가 태어났지만 우울증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아이가 조금만 아파도 덜컥 겁이 났고, 아이를 돌보느라 자신의 몸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체중은 계속 늘어갔고 시간이 갈수록 부기는 심해졌다. 건강은 더 나빠졌다. 몇 번씩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 없이 끝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더욱 심해졌다.

그녀의 심리상태는 가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남편은 집에 와서 웃는 일이 드물었고, 아이는 혼자 노는 걸 좋아했다. 2월 김 씨는 다이어트를 독하게 결심했다.

○ 스트레스, 우울증이 체내 순환 방해해 비만으로 연결

김 씨가 찾은 곳은 여성 질환과 비만, 피부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여성한의원이었다. 청담여성한의원의 맹유숙 원장은 지난해 ‘뼈 다이어트’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뼈 다이어트는 비뚤어진 척추를 바로 잡고 자세를 교정하는 추나요법을 이용해 살을 빼고 몸매를 살리는 다이어트 요법이다.

맹 원장은 “심리적인 불안은 정상적인 신체 기능의 흐름과 체내 순환을 방해해 체내에 노폐물을 쌓이게 한다”면서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김 씨가 살이 찌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체내 순환이 활발하지 않으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고 부종도 심해진다. 부종은 장시간 지속되면 살이 된다. 꼭 음식을 많이 먹어서만이 아니라 순환이 잘 안 되고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아도 살이 찔 수 있는 것이다.

김 씨에게는 체중 감량과 함께 신체 순환을 활발하게 해주는 치료가 우선이었다. 맹 원장은 김 씨에게 몸을 보호하는 약재에 기초대사량을 높여주는 약재를 달인 한약을 처방했다. 여기에 휜 척추와 비틀어진 골반을 맞춰 체내 순환을 돕는 추나 치료를 병행했다. 김 씨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부항과 침, 뜸, 한방 좌훈 치료 등으로 체내 노폐물을 빼주었다.

맹 원장은 비만으로 인해 관절 상태가 좋지 않았던 김 씨에게 매일 30분 가벼운 걷기 운동을 권하고, 규칙적으로 하루 세끼를 모두 먹되 저녁식사는 오후 5시 이전에 하도록 했다.

김 씨는 몸의 부기가 조금씩 빠지는 것을 느꼈다. 혈색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치료를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났을 때 체중이 10kg 빠졌다. 처음에는 한약을 챙겨 먹고 매일 운동하는 것도 귀찮았지만, 몸에 변화가 나타나자 다이어트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 석 달 후 30kg 감량, 요요현상 없어요!

현재 그녀의 몸무게는 50kg가량. 5월에 치료를 마친 후 지금까지 체중과 건강엔 큰 변화가 없다.

요즘 김 씨는 주변으로부터 “결혼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다이어트 치료를 받으면서 학창시절부터 심했던 생리통도 없어져 더욱 건강해진 느낌이다.

맹 원장은 “한방 다이어트 치료는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는 한의학적 개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전반적으로 몸의 기능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비키니를 입기 위해, 애인을 만들기 위해, 자기만족을 위해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하고 있을 것이다. 건강을 해치는 다이어트는 몸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다. 이런 맥락에서 건강을 생각하는 다이어트에도 관심을 가져봄직하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