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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부형권]지방대 출신 섬 청년의 ‘인도네시안 드림’

입력 | 2009-06-29 02:59:00


LG상사 인도네시아법인에서 일하는 조성순 사업개발팀장(32)의 별명은 ‘영원한 섬 청년’이다. 한국의 섬 제주도에서 태어난 그는 지금 1만7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서 청운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고교시절 공부를 썩 잘하진 못했다. 1996년 후기로 부산외국어대 말레이-인도네시아학과에 들어갔다. “부모의 권유에 등 떠밀려 입학한 대학이었습니다. 더구나 지방대에 다닌다는 콤플렉스까지 생겨서 미래에 대한 큰 기대나 희망도 없이 살았던 것 같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보니 한국에서는 꿈을 키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는 2003년 가방 하나 달랑 메고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지에 먼저 진출한 대학 선배의 집에 얹혀살며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회사 크기와 업종을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일했다. 틈이 날 때마다 대학 전공인 인도네시아어는 물론 영어 공부에도 매달렸다. 한국에서는 토익(TOEIC) 시험 한번 보지 않았던 그였다. 하지만 꿈을 찾아 비즈니스현장을 누비면서 느낀 생존의 절박감이 그를 바꾸어 놓았다. 지난해 4월 그를 영입한 이창현 LG상사 법인장은 “조 팀장은 영어, 인도네시아어를 모두 구사하는 데다 정말 성실하다. 우리 법인의 보배 같은 존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 팀장은 요즘 좋은 석탄을 찾아 칼리만탄 섬 오지를 제 집처럼 누비고 다닌다.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2시간, 다시 자동차로 3시간 걸리는 위치에 있는 LG상사 소유의 동칼리만탄 MPP유연탄광과 자카르타 법인사무소 간 연락도 그의 몫이다. MPP유연탄광은 연간 매출 1000억 원, 순이익 100억 원 이상이 기대되는 자원개발의 핵심거점이다.

조 팀장은 “품질 좋고 값싼 석탄이 나오는 광산을 찾아다니는 출장은 보통 1개월이 넘게 걸린다. 배낭 가득 라면을 넣고 다니며 매일 하루 세 끼를 라면으로 때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최고의 한국인 석탄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청년실업 문제로 고민하는 고국의 친구, 후배들을 보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할까.

“저보다 훨씬 더 유능한 분들이 안정되고 ‘폼 나는’ 일자리만 바라보며 발버둥치는 모습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제 꿈을 펼 수 있었을까요. 새로운 세계에 도전했더니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정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자카르타에서

부형권 산업부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