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가까이 덴마크의 지배를 받아온 그린란드가 21일(현지 시간) 자치권 발효 기념식을 열고 독립 국가로 가는 첫발을 내디뎠다. 세계 최대의 섬 북극 그린란드는 지난해 11월 주민투표에서 자치권 확대안을 압도적 찬성 속에 통과시켜 이날부터 북극 천연자원에 대한 권리와 사법·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외교·국방권은 아직 덴마크에 남아있지만 북극권과 유럽연합(EU)과의 관계에서는 제한적인 외교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수도 누크에서 열린 이날 기념식에는 에스키모 전통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주민 수천 명이 참석해 국제법에 따라 그린란드 국민으로 인정받게 된 것을 자축했다. 공식 언어도 그린란드어가 채택됐다. 쿠피크 클라이스트 총리는 기념 연설을 통해 “오늘 아침 우리는 가슴 속에 새로운 희망을 안고 일어났다”고 말했다.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과 남편 헨리크도 이누이트 족 전통 의상을 입고 기념식에 참석해 그린란드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그린란드는 1721년 덴마크의 식민지가 됐다. 1979년 일부 자치권을 얻었지만 권리는 매우 제한돼 있었다.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맥주부터 화장실 휴지까지 거의 모든 공산품을 덴마크에서 수입하는 처지였다. 덴마크로부터 받는 직접 보조금도 한 해 약 4억 유로나 됐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그린란드에 독립 국가로 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영토는 독일의 6배에 이를 정도로 크지만 85%가 얼음으로 덮여 있는 이곳에 엄청난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
지금까지는 만년빙이어서 아무도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 그린란드는 돈방석에 앉는다. 세계가 두려워하는 온난화를 그린란드가 반기는 이유다. 특히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는 동쪽 지역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물론 그린란드는 자치권 확대 후에도 아직 독립 국가는 아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독립 문제는 아직 현안이 아니다”며 “그러나 앞으로 덴마크의 일부로 남아있을지, 완전히 독립 국가가 될지는 전적으로 그린란드인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린란드 국내총생산(GDP)은 17억 달러에 이르고 주민 5만7000명 중 5만 명이 이누이트족으로 주로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