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본보 사설 ‘제주 해군기지 무산시키려는 안보 님비’(5월 28일자 A27면)에 대한 반론입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인 제주에 없는 것은 무엇일까.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기초자치단체가 없다. 도지사만 도민이 뽑고 행정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한다.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 역시 면피용이어서 무늬만 자치도라는 비판이 있다. 영리병원 영리학교 등 국민적인 반발이 있는 사안을 제주에서 먼저 적용하려 해 ‘실험 자치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자치도 출범 3년째를 맞으면서 도민이 특별한 자치를 실천하고 있다. 주민소환이다.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소환운동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까다로운 절차지만 시작한 지 3주 만에 3만 명 가까이 서명에 동참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주민소환사유는 정책결정과정서 권력남용으로 인해 나타난 비민주적 전횡이다.
영리병원 문제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김태환 도지사는 실험적인 영리병원의 도입을 강력히 추진했다. 한나라당 출신인 정형근 건강보험공단이사장까지 반대하는 사안이다. 도는 영리병원을 추진하기 위해 공무원을 총동원하고 수십만 장의 홍보물을 배포하는 데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했다. 여론조사에서 반대의견이 우세하자 영리병원은 사실상 무산됐다. 하지만 김 지사는 영리병원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어떨까. 서울에서는 거시적 문제만 볼 수 있다. 제주의 속사정을 제대로 알기는 힘들다. 제주에서 보면 절차적으로 문제가 아주 많다. 국책사업이라면서 기지 예정지가 세 번이나 옮겨졌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 하지만 해당 지역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김태환 지사는 2007년 5월 후보지로는 제대로 거론되지 않던 강정까지 포함시켜 부실한 여론조사로 결정했다. 이 여론조사는 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와 감사위원회 조사까지 받았다.
실제 강정마을 주민의 의사는 어떨까. 2007년 8월 민주적인 주민투표를 통해 94%가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2년 넘게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지금도 싸운다. 지사는 묵묵부답이다. 지사가 정부와 체결한 해군기지 기본협약(MOU)에 대해서도 도민의 대의기관조차 공식기자회견에서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지도자의 일방적 정책 추진을 멈출 수단은 없다. 그래서 도지사 소환운동으로 저지하는 중이다.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