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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여행… 충무공의 향기와 유황 온천에 취하다

입력 | 2009-05-27 13:24:00


문제 하나.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곳은 어디일까?

한국 사람이라면 성웅 이순신 장군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가 태어난 곳이 서울 건천동(현 인현동1가)이라고 정확하게 알고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신 충남 아산이 아니냐는 대답이 많이 돌아온다.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현충사가 아산에 있어서다. 서울 출생인 그의 영정은 왜 아산 현충사에 모셨을까. 아산은 그의 어머니 고향이다.

그는 8살이던 1552년 아산으로 내려가 무과에 급제하기 전까지 이 곳에서 살았다. 서울은 태어나기만 했을 뿐이지 사실상 그를 만든 곳은 아산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현충사에서 충무공을 느끼다

아산시 염치읍에 위치한 현충사(041-539-4600)에는 현재 연간 60만명의 여행객이 찾아와 참배하고, 그의 체취를 느끼고 돌아간다.

기자가 찾은 날, 수십 명의 유치원생들이 영정 앞으로 몰려왔다. 이들은 “와, 저기 봐. 이순신 장군이야”라며 재잘재잘 거린다. 진중하게 묵념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이 곳의 역사적 의미보다는 책에서만 보던 역사 속 인물을 대형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신기한 듯 하다.

현충사 관계자는 “이런 단체 관람객들이 많다. 아이들은 대게 이렇게 시끄럽다”고 귀띔한다. 하지만 이들이 지금은 이렇게 웃고 떠들고 돌아갈지라도, 이 곳에 온 경험이 언젠가는 의미 있는 일이었음을 깨닫지 않을까. 이 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충분한 역사 교육이 될 터다.

이순신 장군 옛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과에 급제하기 전까지 산 곳으로 보존을 잘 해 놔 뒷마당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청년 이순신이 금방이라도 밖으로 나올 것 같은 착각마저 느껴진다. 음력 11월19일이 기일인데 이 곳에서 후손들이 매년 제사를 지낸단다.

이순신 장군의 기상은 활터에서도 느낄 수 있다. 방화산 능선에 둘러싸인 과녁은 145m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 곳에서 청년 이순신은 무과에 급제하기 위해 숱하게 활시위를 당기고, 말을 탔으리라.

현충사 측은 “이순신 장군은 소년 시절부터 도리에 어긋나면 화살을 쏘려해 어른도 두렵게 여겼다”고 말한다.

자신보다 덩치가 큰 어른마저 압도하는 기백을 키운 곳이다.

현충사 내를 걷다보면 역사적인 체험 뿐 아니라 산책의 기분 좋은 여유까지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걷는 길과 연못 등을 잘 조성해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면 산교육과 함께 가족 나들이의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다.

●꽃과 유황온천에 취하다

현충사를 나오면 도고면 봉농리에 위치한 ‘세계꽃식물원’(041-544-0746~8)으로 가보자. 원래 백합수출단지였던 이 곳은 2004년 다채로운 꽃을 구경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세계꽃식물원’이라는 이름에 엄청난 규모의 화려함을 예상한 사람들에게는 이 곳의 외관은 다소 실망감을 줄 수도 있다. 큰 화훼 단지라는 표현이 오히려 더 적절하다고 느낄 거다. 하지만 관람로를 따라 온실을 가득 메운 꽃들을 구경하다보면 나름의 재미가 쏠쏠하다.

이용환 세계꽃식물원 이사는 “실내이다 보니 1년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게 무엇보다 매력이다. 연간 3000종을 전시하는데 이 맘 때는 백합이 예뻐 이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연간 관람객은 20만명 수준.

여행의 마무리는 도고면 가곡리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041-537-7100)로 정하면 최고의 선택이 될 듯하다. 여행을 떠나느라 새벽 같이 일어나고, 긴 시간 운전대를 잡느라 더해진 피로는 노천탕에서 유황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있다보면 수증기처럼 증발한다. 물놀이 시설도 갖추고 있어 피로를 모르는 쌩쌩한 아이들에게도 제격이다.

호사를 좀 더하고 싶다면 마사지를 받아보자. 패키지를 이용하면 스파를 포함한 발 마사지 또는 얼굴 마사지(30분)가 달랑 3만5000원(평일 2만7000원)이니까. 가격 대비 만족도는 놀라웠다. 다시 한 번 받고 싶을 정도로.

아산 | 글·사진=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