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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고득점인데 내신 낮으면 입학사정관이 의심”

입력 | 2009-05-06 02:58:00

프린스턴리뷰어학원이 개최한 ‘2008 Inside IVY Conference’에서 척 휴즈 전 하버드대 입학사정관이 학생들에게 인터뷰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프린스턴리뷰어학원


■ 美대학 입학 4인이 말하는 “난 이렇게 뚫었다”

《국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명문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영재교육 및 특목고 입시전문학원 ㈜하늘교육이 전국의 주요 외국어고와 자립형사립고를 대상으로 외국 대학 유학 실태를 조사한 결과 51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고와 일반고 학생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합격생들은 미국 대학 유학의 핵심은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고득점과 고교 시절 다양한 활동, 독창적인 자기소개서(에세이) 작성이라고 말했다.》

○ SAT는 학생역량 파악 핵심 기준

미국 대학들은 대부분 수십 년 동안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도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평가한다. 그래도 기본은 우리나라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SAT 고득점이다. 특별히 정해진 점수나 커트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학생 사이에서는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하려면 2400점 만점에 2200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얘기한다. 프린스턴리뷰어학원의 제이슨 리 실장은 “미국 대학의 처지에서 한국 학생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SAT 점수가 학생의 핵심 역량을 파악하는 가장 중요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 합격한 김효석 군은 “고1이나 고2 초반 등 유학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바로 SAT 준비를 시작해 꾸준히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수능처럼 SAT 역시 오답노트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군은 “유학 준비생들에게 보편적으로 ‘계단형 SAT 점수’가 나타난다”며 “점수가 오르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 때 포기하지 말고 오답노트를 활용해 부족한 유형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교 내신성적(GPA) 관리도 중요하다. 김 군의 경우 4.3점 만점에 4.0점의 우수한 내신 성적으로 입학사정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에 합격한 김나연 양도 상위 10% 안에 드는 내신성적을 갖고 있다. 김 양은 “SAT 점수는 높은데 내신 성적이 낮다면 입학사정관들이 당연히 의심하게 될 것”이라며 “1학년 때 점수가 비교적 낮더라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상승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자연계는 R&E와 올림피아드 중 택해야

미국 시카고대에 합격한 인천 과학고 출신의 이지수 군은 “미국 대학은 고교 시절 학내·외 특별활동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며 “자연계라면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프로그램(R&E)을 통해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든지 올림피아드에 매진해 세계대회에서 입상하면 입학에 큰 가점 요소가 된다”고 했다.

미국 대학의 이런 특성 때문에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우리나라 일반계 고교에서는 미국 유학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교육과정을 지키기 위한 수업이 벅차기 때문에 특별활동을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

일반계고인 제주 오현고에서 라이스대에 합격한 권진혁 군은 “일반계고에서는 윤리 체육 사회 과학 등 정해진 교과목 외에 다른 활동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며 “학교의 지원 없이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서 찾아다녀야 했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권 군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장애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학교에서는 영자신문반에서 활동했다. 영자신문 제작 경진대회에 출전해 입상했으며 발명대회에도 참가해 상을 받기도 했다.

반면 과학고 영재학교 외국어고 등 특목고에서는 국내 대학과의 연계수업은 물론이고 교수들이 참여하는 R&E에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다. 이지수 군의 경우 고교 1학년 때는 경희대 천문우주과학과 박수종 교수와 ‘TEC 소자를 이용한 운량측정기 개발’, 2학년 때는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형목 교수와 ‘소형 망원경을 이용한 성단의 관측과 역학적 해석’, 3학년 때는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임명신 교수와 ‘외계행성 탐사’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것이 미국 대학 합격에 큰 도움이 됐다.

○ 에세이, 개인경험 바탕으로 자유롭게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에세이 작성이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인식되지만 합격한 학생들은 오히려 에세이가 편하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고정된 형식이나 틀에 얽매일 필요 없이 독창적으로 작성하면 되기 때문이다.

김나연 양은 국제 과학기술 경진대회를 준비하면서 자신이 TV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을 소재로 에세이를 작성했다. 제목은 미국 영화 트루먼쇼에서 따 온 ‘트루 우먼 쇼(True Woman Show)’. 김 양은 “한국에서 ‘영재’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자신을 TV 화면을 통해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식으로 에세이를 작성했다”며 “남들과 다른 독특한 경험이 있어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은 비교적 쉬웠다”고 말했다.

이지수 군도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마이다나크 천문대를 방문해 연구를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늘에 대한 동경과 우주의 경이로움을 ‘모든 것은 하늘 위에(All up in the sky)’라는 제목의 에세이로 구성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원서 준비는 여름방학 때부터

미국 대학 원서 작업은 학교 선택부터 에세이 작성, 추천서, 추가 자료 첨부까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수시모집은 고3(12학년) 11월 초, 정시모집은 1월 초에 집중되므로 다소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여름방학 때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아직 SAT 점수가 없다면 여름방학 때 치르는 모의고사 점수를 통해 지원 가능한 학교를 가늠할 수 있다. 보통 한 학생이 10∼13개의 원서를 작성한다.

김인우 프린스턴리뷰어학원 부장은 “자기소개서처럼 해당 학교에서 주어지는 주제가 아닌 글들은 여름방학 때 미리 작성해 두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