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예멘 테러 한 달…“해결안돼 가슴아파”

입력 | 2009-04-14 16:48:00


예멘 시밤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 지 15일로 한 달이 지났다.

유족들은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한 달도 안돼 사건이 깨끗이 잊혀지다니 안타깝다"고 밝혔다.

기자가 전화로 통화한 유족 및 주변 사람들은 "사건을 떠 올리는 것 자체가 괴롭다"며 대부분 익명을 요구했다.

부인 신혜운 씨(55)와 함께 변을 당한 고 주용철(59)의 남동생인 주용수(55)씨는 "가신 분은 가신 분이려니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씨의 동네 이웃 L씨는 "갑자기 돌아가셔서 주민들이 줄곧 이 부부 얘기를 했다. 우리 주변에 친하게 살던 사람들이 예멘이란 낯선 땅에서 테러로 돌아가실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씨 부부는 자녀가 없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더 많이 하고 갔으면 했는데, 너무 일찍 간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마음을 지금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주씨의 친구 S씨도 "한 달도 안돼서 깨끗하게 잊혀지니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국민들에게 (위험지역 여행에 대한) 경각심이나 국제 정세와의 연관성 등을 일깨워주기를 바랬는데 그런 영향도 없는 것 같아 아쉽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희생자의 유족 B씨는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사건 해결에 개인이 직접 나설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B씨는 "국제 테러는 개인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어서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사건 발생 한달이 지나도록 정부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예멘 테러를 계기로 여행 제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행업계에서는 이들 지역에 대한 여행 수요가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그 전에도 여행제한지역에 대해 국민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모험심'에 여행을 강행하는 분위기였으나 예멘 테러 이후 이들 지역에 대한 수요는 사실상 사라졌다"며 "최근 정국이 불안한 태국도 하루 수십 명씩 여행을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관광객 4명은 지난달 15일 예멘 남동부 하드라마우트의 고대 도시 시밤에서 폭발물이 터져 숨졌다. 당시 자살폭탄 테러범의 공격으로 사고가 발생했으며, 3일 뒤인 18일에도 사건 수습을 위해 예멘을 방문했던 정부대응팀과 유족 탑승 차량에도 자폭테러가 이어졌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예멘 정부는 한국인 대상 연쇄테러 사건이 알카에다의 소행이라고 밝혀 왔고 알카에다 아라비아 반도 지부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벌어진 예멘 연쇄테러 사건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예멘에서는 지난달 말 한국인 관광객에 이어 이탈리아 관광객 4명이 납치되는 등 여전히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예멘 테러 생존자 “기억조차 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