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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상처에 물 닿으면 안된다? 밴드 붙여야 감염 예방?

입력 | 2009-03-25 02:57:00


상처 치료 잘못된 상식 많아… 자칫 덧나거나 치료 지연

놀이터에서 놀던 아들 녀석이 울면서 들어온다. 무릎을 보니 까져 있다. 흙과 피가 범벅이 됐다. 놀란 엄마는 당황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른다.

‘더러워진 무릎을 먼저 물로 닦아줘야 할까? 아니면 소독약을 발라줘야 할까? 빨리 병원에 가야하는 걸까? 흉터가 남으면 어떡하지?’

상처가 생겼을 때 제대로 대처만 한다면 빨리 아물게 할 수 있다. 흉터도 작게 남는다. 상처에 대한 잘못된 상식부터 바로잡자.

#1. 상처에 물이 닿으면 안 된다?

더러운 물은 상처에 닿으면 염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므로 당연히 안 된다. 그러나 깨끗한 물은 다르다. 상처를 방치해 고름이 생겼거나 오염물질이 묻어 있다면 깨끗한 물이나 생리식염수로 씻어주는 게 더 좋다. 상처는 흐르는 물에서 씻는 기분으로 닦아내는 게 좋다.

정체불명의 약이나 소독약을 바를 바에야 차라리 물로 씻자. 상처가 커서 병원을 찾는 환자의 대부분이 이런 약들을 바르는 바람에 처치가 늦어진다. 상처를 꿰매기 전에 상처 부위를 깨끗이 하는 데 불필요하게 시간이 허비되기 때문이다.

#2. 강한 소독제가 좋다?

가정마다 소독제 한두 개쯤은 구비하고 있다. 상처가 생기면 바로 바르려는 목적일 것이다. 어떤 엄마들은 깨끗하게 소독을 해야 상처가 빨리 낫는다고 생각한다. 틀렸다.

과산화수소수나 베타딘 같은 소독제들은 오염이 많이 된 상처에만 쓰는 게 좋다. 가급적 삼가라는 얘기다. 이런 약들은 바를 때 통증이 있다. 세균을 죽이지만 정상세포의 기능도 떨어뜨려 상처가 아무는 걸 더디게 한다. 상처가 악화될까 봐 정 걱정이 된다면 식염수나 흐르는 물에 상처를 씻은 뒤 항생제 연고를 바르는 게 낫다.

#3. 딱지를 떼 내야 새살이 돋는다?

상처 관리의 제1원칙은 딱지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빨리 아물기 때문이다. 상처 부위를 축축하게 해 줘야 딱지가 덜 생긴다.

딱지가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딱지가 생길 때마다 바로바로 제거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생살이 더 빨리 돋아난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이 생각은 틀렸다. 딱지의 크기에 따라 대처법이 다르다.

딱지가 작을 때는 그대로 두는 게 낫다. 나중에 상피세포가 재생되면서 딱지가 절로 떨어진다.

딱지가 크고 고름이 새어 나온다면 떼어내야 한다. 딱지가 상피세포의 재생을 막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지가 생살에 달라붙어있다면 크더라도 그냥 두는 게 좋다. 이미 상피세포가 재생됐기 때문이다. 통증을 참으면서 딱지를 떼어낼 필요는 없다.

#4. 밴드를 붙여야 세균 감염을 막는다?

상처를 방치할 때 감염우려가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일회용 밴드나 반창고를 붙이는 것은 상처 치료를 더디게 한다. 이런 것들은 상처 부위를 마르게 한다. 딱지가 생기기 쉽다는 얘기다.

작은 상처라면 굳이 밴드를 붙이지 않아도 감염 위험은 낮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습윤 드레싱’ 밴드를 붙이는 게 좋다. ‘메디폼’ ‘알레빈’ ‘듀오덤’ ‘컴필’ 같은 게 있다. 이런 밴드는 상처를 축축하게 유지해 준다. 상처를 치유하는 물질의 분비가 원활해져 빨리 낫는다.

#5. 모든 흉터는 성형수술로 없앨 수 있다?

상처는 아물었지만 흉터가 남을 수 있다. 표피를 넘어 깊숙한 진피까지 상처가 났기 때문이다. 가볍게 긁힌 상처는 표피를 넘지 않았기 때문에 흉터가 남지 않는다. 얼굴에 할퀸 자국은 오래 남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얼굴이라고 해서 흉터가 더 많이 남는 건 아니다.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성형기술은 많이 발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모든 흉터를 없애지는 못한다.

성형수술은 엄밀히 말하면 흉터를 없애는 게 아니다. 흉터 크기를 줄이거나 여러 개로 나눠 눈에 덜 띄게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수술에 큰 기대를 걸지만 결과에 실망한다. 따라서 수술하기 전에 의사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수술 후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으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고기들이 상처 치유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도움말=유대현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