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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복분자酒 빚어 ‘벌떡’… 회장님 된 이장님

입력 | 2008-12-26 02:57:00

전북 고창군 심원면 만돌리 이장이자 ‘국순당 고창명주’ 회장인 현홍순 씨가 23일 복분자 공장에서 포장되어 나온 복분자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국순당 고창명주


국순당과 제휴… 뚝심-고급화 전략으로 年100억 매출

■ 전북 고창 만돌리 현홍순씨

전북 고창군 심원면 만돌리에서 30년째 이장을 해온 현홍순(64) 씨는 이제 회장님으로 불린다. 지난해 전통주 제조업체인 국순당과 합작해 ‘국순당 고창명주’라는 영농법인을 세우면서 대표이사가 됐기 때문.

불황으로 문 닫는 중소기업이 속출하고 있지만 현 씨는 고창의 명물인 복분자주를 팔아 올해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1970년대 말 위독한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서울에서 귀향해 밭 세 마지기로 농사를 시작한 지 30년 만의 쾌거였다.

낮에는 농부로, 밤에는 컴퓨터를 하는 회장님으로 사는 현 씨. “밭에서 무심코 전화를 받다가 ‘현 회장님이시죠’라는 말을 들을 때면 깜짝 놀란다”고 했다.

현 씨가 고창에서 복분자 재배를 시작한 건 1994년부터. 복분자 작목회를 결성하기 위해 3년간 주민들을 어렵게 설득해야 했다. 서울의 대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주류시장에서 고창복분자주의 판로를 어떻게 개척하느냐가 고민이었다.

현 씨는 우선 흔들림 없는 원칙으로 난관을 돌파했다. 국내 최대 주류업체가 복분자주를 만들자며 5번이나 제안을 해왔지만 그는 “우리 술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곳과 만들겠다”며 거절했다. 그 대신 강원 정선군의 오가자주로 기업과 농민의 성공신화를 쓴 적이 있는 국순당과 손을 잡았다.

현 씨의 두 번째 전략은 철저한 고급화. 그는 1년에 8차례에 걸쳐 수확한 복분자 중 품질이 가장 좋은 2번째, 3번째 복분자만 썼다.

그래서 작황이 아무리 좋아도 선택되는 복분자는 많지 않았다. 결국 “최고가 아니면 술을 빚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고 그렇게 만든 첫 작품 ‘명작 복분자’는 출시 두 달 만에 전량이 팔렸다.

시골 이장의 100억 원 매출에는 현 씨 특유의 뚝심도 작용했다. 인근 지역 농민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정치적 요인에 휘말려 일희일비할 때 그는 40명이던 작목반을 400명으로 늘려 고급 복분자 생산에만 주력했다.

현 씨는 “시장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잘 생각해 보고 질 좋은 농산물을 착실히 키우면 우리 농산물에 대한 수요는 자연히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