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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김동욱]세계는 지금 줄기세포 전쟁 중

입력 | 2008-12-22 02:58:00


미국의 대통령 당선인 버락 오바마 측은 조지 W 부시 정부가 제한을 가해왔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필자가 속해 있는 국제줄기세포학회의 정부분과위원회(ISSCR Government Affairs Committee)는 미국 행정부의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지원에 대한 성명서를 채택했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8월 9일 이전에 만든 배아줄기세포에만 연방정부의 연구비를 사용하도록 제한했으며 연구비 규모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몇몇 주정부나 대학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대폭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해 연방정부의 연구 제한에 맞서왔다.

줄기세포는 난치병 치료에 사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질병의 원인 규명, 암 연구 등 그야말로 적용 범위가 많아 21세기 생명공학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줄기세포 분야는 생명과학 의학 공학과 접목되어 조직 재생을 이룰 수 있는 대표적인 융합 학문에 속한다. 최근의 기관지 재생에 관한 연구 업적은 여러 분야의 학문이 결합되어 이룬 쾌거이다.

이런 연유로 선진국은 기술 선점을 위해 앞 다투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본은 역분화라는 신기술에만 올 한 해 약 400억 원의 연구비를 투입했는데 한국의 전체 줄기세포연구비보다 많은 액수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만 해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중심으로 1년에 약 3000억 원씩의 줄기세포 연구비를 10년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은 배아줄기세포 연구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국제줄기세포 포럼을 주도하고 있으며 국가 줄기세포 은행을 운영 중이고 이종 간 핵이식 연구를 승인한 바 있다. 외국의 줄기세포 연구 관련 정책은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으며 연구비 규모에서도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세계가 이러한 줄기세포 전쟁을 치르는데 한국은 어떠한가? 황우석 사건 이후 2006년 5월 정부는 범부처 줄기세포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앞으로 10년간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해 국가 줄기세포 총연구비는 작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 줄기세포 지원 의지가 지속되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줄기세포 관련 원천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가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시점에 정부의 의지는 무척 중요하다. 이 분야는 태동기라 일부를 제외하곤 아직은 실용화, 산업화가 어려워 기업보다는 정부가 앞장서 지원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줄기세포 연구 선진국으로 가느냐 아니면 후진국으로 전락하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논문 수가 세계 4위라는 고무적인 통계가 최근 발표됐다. 여기에는 연구원들의 노력과 그동안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지원한 정부 정책도 큰 몫을 했다.

선진국이 엄청난 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 분야가 매우 유망하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가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의미가 없다. 정부는 좀 더 과감한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일부 냉소적인 분위기에 휘말려 반신반의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학자들은 이 분야가 성격상 기초부터 응용까지 많은 학문 분야의 접목 및 융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특수성을 감안해 공동연구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국민은 다시 한번 성원을 보내 난치병 치료를 위해 휴일도 없이 연구하는 연구자를 격려해야 한다. 세계의 흐름을 직시하고 우리 모두 힘을 합해 난치병 치료의 희망인 줄기세포 분야에서 다시 도약해야 할 때이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교과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