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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 기자의 퀵어시스트]문 닫은 경기장 식당… 팬들은?

입력 | 2008-10-29 03:01:00


31일 개막되는 프로농구에서 삼성의 홈경기를 보러 가는 관중은 도시락을 싸 들고 가야 할지 모른다. 홈 코트인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의 구내식당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체육관을 운영하는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의 입찰을 통해 해마다 결정되는 식당과 매점 운영업자가 올 시즌에는 채산성을 이유로 식당 운영을 포기해서다.

평소 체육관 식당은 5000원에 이르는 음식값에도 질이 형편없고 반찬은 깍두기, 물미역 등 세 가지가 보통이어서 팬들의 원성을 샀다. 연간 1억3000만 원 안팎의 입찰 가격을 치르다 보니 ‘본전’을 뽑기 위해선 음식 원가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아예 식당을 안 하는 조건으로 입찰 가격을 낮췄다고 한다.

당장 팬들을 굶기게 된 삼성은 유명 외식업체의 투자(2000만 원)까지 유치해 경기 때마다 질 좋고 다양한 메뉴의 음식을 제공하려 했다. 이른바 국내 농구 최초의 케이터링 서비스를 추진한 것.

하지만 이 계획은 무산됐다. 매점 업자 측에서 영업권 침해를 이유로 불가 방침을 내세워서다. 관리 주최인 서울시도 체육관 운영에 따른 수익성만을 따지다 애꿎은 팬들이 피해를 보게 됐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열악한 체육관 시설이 삼성만의 고민은 아니다. 일부 구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낡고 이용에 불편을 겪기 일쑤다. 다른 종목도 사정은 비슷해 야구광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최근 한 칼럼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야구장의 화장실에서는 악취가 흘러 떠나고 싶게 된다’고 꼬집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도 했듯 허기진 배를 움켜쥔 채 선수들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낼 열성 팬은 드물 것이다. 벌써 프로농구도 13번째 시즌을 맞이했지만 체육관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미국프로농구 같은 화려한 편의시설은 아니더라도 온 가족이 즐겁고 편안하게 관전할 수 있는 환경은 언제쯤 조성될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