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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은 기자의 가을 이야기] 롯데 박현승의 뒷모습

입력 | 2008-10-13 08:52:00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후배들아! 괘안타 그리고 고맙데이

롯데 조성환이 우측으로 날린 파울 타구를 삼성 김창희가 기어이 걷어냅니다. 그렇게 롯데의 가을잔치는 끝이 납니다. 박현승(36·사진)은 그 때 잠시 울컥했다고 합니다. “다들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내 눈에는 후배들이 긴장한 모습이 보여요. 풀어주고 싶었지만 그게 쉽나요. 아쉽고, 또 아쉽죠.”

롯데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1995년, 박현승은 신인이었습니다. 또다시 준우승을 한 1999년에는 딱 지금의 강민호, 장원준 만한 연차였고요. 당시 “어린 마음에 멋도 모르고 덤볐다”던 그는 여덟 번의 가을을 지나 팀 내 최고참급이 돼 있습니다. 올 시즌을 앞둔 후배들에게 “내가 은퇴하기 전에 꼭 우리 팀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한 건 그 때문이었습니다. 한 시즌이 끝난 지금, 그는 비로소 진심을 털어놓습니다. “후배들이 열심히 잘해줘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고맙네요.” 그리고 외칩니다. “괘안타!”

그래도 후배들은 괜찮지 않나봅니다. 강영식과 코르테스는 라커룸에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숙입니다. 손민한은 동료들의 손을 잡고 말없이 등을 두드립니다. 가르시아는 흐르는 눈물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를 씁니다. 늘 밝던 강민호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사라졌습니다. 송승준은 그저 천장만 바라볼 뿐입니다. 그런 선수들을 향해 로이스터 감독은 “여러분은 충분히 자랑스러워 할 자격이 있다”고 다독입니다.

모두가 감독과 같은 생각일 겁니다. 적어도 롯데는 목표를 이뤘고, 변화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첫 경기에서 얼어붙었던 이인구가 다음날 4안타를 때려냈고, 대타로 나선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돌아섰던 김민성이 10분 후 기가 막힌 다이빙캐치를 해냈습니다. 박현승은 “이 모든 게 조금씩 쌓여 결국 ‘경험’이 될 것”이랍니다. 대구구장 외야를 빠져나가는 선수들의 뒷모습이 쓸쓸하되 초라하지는 않았던 이유입니다.

경기가 끝난 지 세 시간 후. 롯데의 한 선수가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잊지 못할 한 해를 함께 해줘서 고마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마도 선수들과 팬들은 서로에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달라진 롯데의 면모는 보여줬으니, 내년엔 한 뼘 더 자란 모습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3만 관중의 함성이 메아리치던 사직구장은 이제 겨울잠을 잡니다. 또다시 ‘부산 갈매기’가 울려 퍼질 내년 4월을 기다리면서요.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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