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는 삼각형 꼬리지느러미 이용해 빠르게 돌진
몸통 길고 꼬리 짧은 ‘돛새치’ 시속 100km 가능
○ ‘순발력형’ ‘알뜰형’ 몸매 따라 헤엄 속도 달라
정약전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몸집이 비교적 큰 상어는 바로 점상어다. ‘모돌이’라고도 불리는 이 상어를 정약전은 사납고 힘이 좋아 어부들이 애를 먹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공군사관학교 손명환 교수는 “상어의 이와 같은 능력은 초승달 모양의 꼬리지느러미에 있다”고 설명한다.
가운데 부분이 움푹 들어간 상어의 꼬리지느러미는 다른 모양의 지느러미에 비해 움직일 때 마찰력이 적게 생긴다. 와류(渦流·진행을 방해하는 소용돌이) 현상이 적게 일어나 에너지 소모도 적고 빠른 속도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형태를 보면 습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어류는 많다. 납작한 몸, 큰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 삼각형 모양의 꼬리지느러미를 가진 도미는 순간적으로 빠르게 돌진하는 ‘순발력형’ 어류다. 또 몸 크기에 비해 지느러미가 작은 개복치는 적게 먹고 오래 헤엄치는 ‘알뜰형’ 어류로 분류된다.
수중 동물이 이처럼 각양각색의 몸매로 진화한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과학자들은 수백만 년간 축적된 환경 적응의 결과로 보고 있다.
○ “빠른 물고기 타고난 몸매가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대 레베카 피셔 교수와 데릭 호건 교수는 지난해 국제실험생물학회지에 물고기의 형태와 속도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공식은 거의 들어맞았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몸통 길이와 몸의 가로세로 비율, 꼬리자루(꼬리지느러미에 이어지는 몸통 끝부분) 길이가 속도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길이가 비교적 길고 가로세로 비율이 클수록, 꼬리자루 길이가 짧을수록 더 빠르게 헤엄칠 수 있었다. 돛새치가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것도 이런 요소를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 헤엄치는 잠수함-소리 없는 어뢰도 개발 가능
그렇다면 왜 새삼스럽게 물고기의 모양과 행동을 연구하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동물만큼 정교하고 효율이 높은 ‘기계’는 없다고 말한다. 물고기의 형태와 행동을 연구하면 연료를 더 적게 쓰고 더 멀리 가는 선박과 항공기 제작 기술을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 교수는 “수만 km 장거리 여행을 하는 고래의 지느러미는 같은 거리를 항해하는 선박 프로펠러보다 20∼30% 효율이 높다”며 “원리를 알아내면 헤엄치는 잠수함, 소리 없이 발사되는 어뢰처럼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신개념 선박과 항공기가 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