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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괴로우면 腸도 괴롭습니다

입력 | 2008-09-01 02:59:00


■ 만성복통 예방 어떻게

스트레스가 대장 자극 ‘과민성 장증후군’ 생겨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흡연-과일주스 피해야

“또 배가 슬슬 아프네.”

회사원 김모(34) 씨는 시도 때도 없이 배가 아프다. 부서 회식 중 배가 아파 몰래 빠져나오기도 하고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배가 아파 중간에 내려 급히 화장실을 찾은 경험도 많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주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성복통은 앓는 사람이 많은 만큼 원인도 다양하다.

○ 스트레스 인한 과민성 장증후군

복통은 크게 ‘기질적 복통’과 ‘기능적 복통’으로 나뉜다.

기질적 복통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으로 설사를 동반한다. 기능적 복통은 위, 십이지장 장애, 위산 과다,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다. 만성복통을 치료하려면 우선 원인이 기질적인 것인지, 기능적인 것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10% 이상이 과민성, 신경성 장염이라고 불리는 과민성 장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장에 이상이 전혀 없는데도 복통 설사 변비 증세가 나타난다.

이 증후군은 각종 스트레스로 대장을 비롯한 소화기관이 과도하게 민감해져 대장 운동에 불균형이 생겨 발생한다. 복부가 불편하고 무엇을 먹기만 하면 10분 안에 화장실로 달려가게 된다.

통증은 배가 살짝 아픈 것에서부터 칼로 베는 듯한 강한 고통까지 다양하다. 아픈 부위도 복부 전체에 걸쳐 나타나기도 하고 이곳저곳 옮겨 다니기도 한다. 대개 배변 후에 호전된다.

과민성 장증후군을 치료하려면 심리적 불안감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평소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장내 가스를 생기게 하는 콩류 섭취를 줄이고 자극성이 강한 음식도 피한다. 이런 방법으로 호전되지 않으면 변비 완화제, 지사제, 장경련 진정제 등을 사용한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궁극적인 완치가 어렵지만 생활습관을 바꾸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으면 증세가 호전된다. 단 50대 이후에 이런 증상이 처음 생겼다면 대장암이 의심되므로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 젊은 층에 늘고 있는 염증성 장질환

대장 소장에 생기는 염증성 장질환도 만성복통의 주요 원인이다.

20, 30대 젊은 층에 많이 나타나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서구화된 식단, 면역학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항문에 인접한 직장에서 염증이 시작돼서 점차 안쪽으로 퍼진다. 대변이 마려우면 참을 수 없어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야 한다. 설사가 자주 나고 대변을 보고 나도 시원치 않다. 병이 심해지면 변이 묽어지고 배변 횟수가 증가한다. 간혹 대변에 피가 묻어 나와 치질로 오해하기도 한다.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의 일종이며 잦은 복통과 설사, 체중 감소를 유발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원인이 확실하지 않아 완치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단 증세를 보이면 빨리 전문의를 찾아 대변 검사, 대장내시경 검사, 조직 검사, 대장 X선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염증을 가라앉히고 설사 혈변 복통 증상을 완화하려면 항염증제 항생제 등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내과적 치료가 별다른 효과가 없으면 외과적 치료를 병행한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25∼40%와 크론병 환자의 60∼70%는 언젠가 한 번은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은 염증이 있는 부위를 떼어내는 것이다.

콩, 절인 채소, 오렌지 및 레몬, 과일주스, 설탕, 카페인음료, 우유, 기름진 음식 등은 염증성 장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한다. 증상을 가라앉히려면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고 흡연, 음주를 피한다.

(도움말=천재희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변정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영호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