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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언니 미안해”…“괜찮아 동생들아”

입력 | 2008-08-21 08:30:00


여자하키 1승4패…쓰디쓴 탈락

“(임)주영 언니 목에 메달을 걸어주려 했는데….”

여자하키대표팀 서혜진(23·아산시청)은 말을 잇지 못했다. 예선 성적 1승4패. 4강을 바라보던 전력을 가졌기에 아쉬움이 컸다. 꼭 메달을 따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대표팀 맏언니였던 임주영(28·아산시청)을 위해서였다. 임주영은 A매치만 100경기 이상 출장한 한국여자하키의 붙박이 수문장.

불행은 5월 2일, 캐나다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아일랜드 전에서 시작됐다. 아일랜드는 3연승을 달리던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초반부터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3.7세. 어린 선수들이 동요했다. 급기야 전반 11분, 아일랜드에게 선취골을 내줬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주장은 총대를 멨다. 상대공격수들이 문전에서 스틱으로 위협하자 몸싸움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심판은 엉뚱하게도 임주영에게만 퇴장명령을 내렸다. “언니 몫까지 하자”며 이선옥(27·경주시청)이 후배들을 다독였다. 맹공을 펼친 한국은 5골을 작렬시키며 승리를 챙겼고, 임주영의 희생을 발판으로 베이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임주영은 3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대표팀의 올림픽 첫 경기(호주·세계랭킹 4위)와 두 번째 경기(네덜란드·1위)는 4강 진입을 결정짓는 중요한 일전. 결국 임주영은 최종엔트리에서 빠졌다.

대표팀은 10일, 호주에 4-1로 앞서다가 4-5로 역전패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석 달 전 아일랜드전처럼 어린 선수들을 다독일 ‘왕 언니’의 빈자리가 컸다. 임주영 대신 주장 완장을 찬 이선옥은 “언니 몫까지했어야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골키퍼 문영희(25·KT)는 “주영언니처럼 몸이 부서져라 막고 싶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은 조직력과 체력에서는 라이벌들을 앞섰지만 개인기에서 열세를 보였다. 외국선수들이 6세부터 스틱을 잡는 반면, 한국선수들은 중학교부터 하키를 시작하는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양성진(대한하키협회사무국장) 해설위원은 “소년체전에서도 하키를 없애려고 하니, 이제 중학교 팀도 없어질지 모른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체력·조직력부터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씀씀이까지 한국은 세계정상이었다. 다만, 우리가 만들어주지 못한 시스템에서 그들에게 졌다.

베이징|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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