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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반도 전문가들이 본 ‘이명박 정부 100일’

입력 | 2008-06-25 02:58:00

23일 미국 뉴욕의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교수, 봉영식 아메리칸대 교수,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뉴욕=공종식 특파원


“잘못된 정보 인터넷서 대량 유통돼 문제”

“쇠고기 협상 밀어붙이기… 국민반발 불러”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들이 23일 뉴욕 맨해튼의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촛불시위의 원인’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왜 출범 100일도 지나지 않아 급락했는지,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에 왜 한국인들이 거세게 반발했는지에 대한 분석들이 나왔다.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교수는 쇠고기 협상이 이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한 배경으로 3가지를 들었다. △먼저 많은 한국인이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고 △미국 등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한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됐으며 △이 대통령이 쇠고기 협상에서 지나치게 미국에 양보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것.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높은 지지도에는 전임 정권에 대한 반발이 작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승리를 과대평가했고 △그동안 커진 시민사회의 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며 △식품 문제는 언제든 패닉(공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인터넷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은 많은 미덕을 가지고 있지만 정부의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급속도로 유통되는 통로 역할을 했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이런 문제를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봉영식 아메리칸대 교수는 “한국 사회에는 새로운 세계관을 가진 젊은 세대가 부상했는데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통치 스타일이 이들의 소외감을 자극한 것 같다”며 “이 대통령은 통치 스타일 측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쇠고기 시위 과정에서 정당의 역할이 거의 없었던 점도 정부와 시위대의 정면충돌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