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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협의앞두고 “귀국” 강수에 美“협의 더 필요하다”역제안

입력 | 2008-06-17 03:04:00


한미 쇠고기 추가 협상 도중 귀국하려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미국 측이 추가 협의를 하자고 전격 제안함에 따라 미국의 제안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추가 협의 제안은 “긍정적인 신호”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미국 측이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3일(현지 시간)과 14일 이틀간 양국 대표단과 함께 쇠고기 추가 협상을 벌였다. 15일 하루를 쉬고 16일 3차 협의가 있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김 본부장이 15일 갑자기 귀국을 결정한 것.

통상교섭본부는 이날 오전 김 본부장의 귀국을 공식 발표하면서 “30개월 이하 쇠고기 수입을 위한 실효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지만 외교가에서는 “협상이 별 소득 없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됐다.

그러나 ‘귀국 카드’까지 꺼낸 김 본부장의 강수에 미국 측이 주미 한국대사관과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장관급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제안을 해오면서 협상 일정이 극적으로 연장됐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후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이동했다가 미국 측 제안을 듣고 협상 연장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일정이 연장되면서 김 본부장이 어떤 보따리를 들고 돌아올지도 관심사다. 김 본부장은 미국 측과의 협상을 위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반입 금지 등을 핵심으로 한 여러 가지 협상안을 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한 민간 자율규제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집중 협의하고 있다. 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한국 내 부정적인 여론 등을 포괄적으로 해결할 ‘더 높은 수준’의 협상안도 미국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협상 연장을 제안한 만큼 16일(현지 시간) 협의에서 한국 측의 요청에 대한 미국 측의 조치와 추가 요구사항 등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 측이 협상 연장을 제안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협상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낙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상교섭본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도 이 같은 기류를 의식하고 협상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국민의 기대를 부풀리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가 결과가 시원치 않을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데다 미국 측에 ‘협상카드’를 내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美정부, 작년 30개월이하 수출방안 거부”▼



미국 농축산정책 전문가 짐 위스마이어 씨는 14일 “미 육류업체들이 1년 전 30개월 이하 쇠고기부터 단계적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간청했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농업전문 인터넷매체인 애그웹(www.agweb.com) 기고문을 통해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최근의 30개월 이상 자율규제 논란에 대해 미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위스마이어 씨는 “육류업계는 1년 전 1단계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제외하고는 30개월 이내의 뼈를 포함한 모든 부위를 수출하고 2단계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지정한 부위만 수출하도록 하자고 (USTR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육류업체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한국은 물론 일본에도 미국산 쇠고기가 수출됐을 것이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시위도 피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