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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NO”… 영양 결핍 부를 수도

입력 | 2008-06-09 03:01:00


채식의 건강학

과도한 채소 섭취땐 배변 이상

어린이-임산부 단백질 꼭 필요

육류 대신 콩-유제품 등 먹어야

최근 쇠고기 닭고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채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채식주의자는 콜레스테롤수치가 낮고 심장병 발생률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채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채식만을 고집하거나 잘못된 채식을 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 고기-생선 섭취 단번에 끊으면 부작용

최근 김정태(60) 씨는 몸무게가 늘자 고기와 튀김 음식은 끊고 채소 미역 고구마를 집중적으로 먹고 있다. 그런데 배변에 이상이 생겼다. 하루 3∼5회 묽은 변을 보고 변을 본 후에도 개운치가 않았다. 대장암인가 싶어 대장내시경 검사까지 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김 씨의 식사 습관을 조사한 의사는 채소 섭취량을 줄일 것을 권했다. 채소를 먹어 쉽게 허기가 지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또다시 채소를 과다하게 섭취해 탈이 난 것이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중 증가를 염려해 고기를 먹지 않고 채소만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의사의 제안대로 평소처럼 고기와 생선을 먹되 양을 3분의 1로 줄이고 채소도 꾸준히 먹었다. 그는 3개월 후 6kg이 줄고 배변도 정상을 되찾았다.


○ 과도한 채식은 비타민D 결핍 가져올 수도

채식 위주의 식단이 건강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유리하지는 않다. 채식보다 균형 잡힌 식단이 꼭 필요한 시기가 있다.

유아, 어린이, 청소년, 임산부, 수유기 여성, 만성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 큰 병을 앓고 난 후 회복기에 있는 사람은 단백질 섭취가 필수적이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의 뇌 발달에는 생선에 풍부하게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이 큰 도움이 된다.

채식 위주의 식단은 신체 발달에 필수적인 비타민D와 비타민B₁₂의 결핍을 불러올 수도 있다. 비타민D는 뼈엉성증(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비타민B₁₂는 몸속 대사과정을 돕는 작용을 한다. 이들 모두 몸에서 합성되는 비타민이지만 섬유질만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합성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런 비타민이 부족하면 관절이 붓고 통증이 오는 골연화증에 걸리기 쉽다.

고기와 생선 섭취량을 급격히 줄이면 무기력감을 느끼게 되고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 쉽다. 단백질 섭취가 줄어들면 체내에 저장해 둔 단백질을 분해해서 사용하게 되는데 면역을 관장하는 근육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고기와 생선 섭취를 줄일 때는 계획을 세워 서서히 줄여야 한다.

○ ‘락토 채식’ ‘락토오보 채식’ 좋아요

건강한 식생활은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무기질 비타민 등 5가지 식품군에 따라 다양한 재료로 식단을 짜는 것이다. 그렇다면 채식을 주로 하면서도 영영가 높은 식사를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박재우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소화기보양클리닉 교수는 “자신의 최근 식단, 기호 음식을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육류를 좋아한다면 채식으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채식을 하겠다면 영양학적 측면에서 ‘락토 채식(우유 채식)’ ‘락토오보 채식(유란 채식)’ 수준을 권장한다. 락토오보 채식은 채식을 하면서 달걀과 유제품을 먹는 것이다. 락토 채식은 달걀은 먹지 않되 유제품은 먹는 채식이다.

이 밖에 ‘세미 채식(조류 채식)’은 채식을 하면서 닭 칠면조 등 조류를 먹고 ‘페스코 채식(생선 채식)’은 조류를 먹지 않고 생선 해물 등은 먹는다. 가장 강도가 높은 ‘비건 채식(순수 채식)’은 유제품을 포함해 일체의 동물성을 배제하고 순식물성 위주로 먹는 것이다.

이런 채식을 하면서 부족한 영양분은 콩, 과일, 호두, 식물의 씨를 적절하게 배합해 섭취하고 미네랄 칼슘 철분 아연 비타민B₁₂ 성분이 포함된 영양보충제를 복용해도 좋다.

요리법에도 다양한 변화를 줘야 채식에 성공할 수 있다. 밥 나물국 나물 샐러드 종류로만 식사를 한다면 금방 채식에 질릴 수 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