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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CEO되는 길’

입력 | 2008-06-03 02:54:00


‘엉덩이 무거운’ 재무통 유리

최고위직 오르는 시간

메뚜기족 4년 더 걸려

오늘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는 데 유리한 조건들은 무엇일까?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CEO 특징을 과거와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며 나름의 해답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재무 업무를 담당한 사람이 다른 분야 출신보다 CEO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비율이 2005년 20%에 달했다. 이는 10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과거에는 마케팅 담당 출신이 CEO에 오르는 비율이 높았지만 ‘사베인스-옥슬리 법(미국의 기업회계 개혁법)’의 시행 등으로 엄격한 재무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재무 담당자의 위상이 높아졌다.

또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한 사람일수록 그 회사의 CEO가 될 기회를 더 빨리 얻을 수 있다.

이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엠프레사 경영대학원과 미국 필라델피아대 와튼스쿨 교수진이 공동으로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과 유럽의 300대 기업 CEO들을 조사한 결과다.

이 연구에 따르면 꾸준히 한 회사에서 일한 사람이 CEO에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미국의 경우 22년, 유럽은 24년이었다. 반면 자주 직장을 옮긴 이른바 ‘메뚜기족(hoppers)’은 26년이 걸렸다.

기업 조직도의 꼭대기에 올라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1980년에는 말단에서 CEO가 되기까지 28년이 걸린 데 비해 2000년 이후 이 기간이 24년으로 줄었다. 그 과정에서 거치는 직책도 6개에서 5개로 줄었다. 조직이 그만큼 수평적으로 바뀐 탓이다.

여성이라는 조건도 CEO 자리에 오르는 비결이 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전무했던 미국 기업의 여성 CEO는 2001년 전체 CEO 중 11%를 차지했다.

지역적으로는 유럽이 미국보다 역동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유럽 기업에서 CEO에 오르는 평균 나이는 54세로 미국의 56세보다 젊다. 또 한 직장에서 꾸준히 근무해 최고봉에 오르는 비율은 18%로 미국의 26%보다 낮아 메뚜기족의 경력이 좀 더 보장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유럽은 CEO 자리를 유지하기가 더 힘들다. 경영컨설팅회사 부즈앤드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CEO들의 교체율은 17.6%로 미국(15%), 일본(10%)보다 높았다. 사임이 아닌 해고를 당한 CEO들도 37%로 미국(27%), 일본(12%)보다 많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