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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박준영 전남지사

입력 | 2008-03-08 02:51:00

지난해 12월 국토 최서남단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소흑산도)를 방문한 박준영 전남지사(오른쪽). 박 지사는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전남 섬의 관광자원화를 위해 틈나는 대로 섬을 찾는다. 사진 제공 전남도


“다도해 관광자원 널렸는데 모텔도 못짓게 해서야”

《박준영 전남지사는 7일 전남도청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천혜의 전남 다도해를 해양관광지로 개발하면 연간 100억 달러가 넘는 관광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국립해상공원이나 어족자원 보호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이대로 가다가는 수도권과 일부 경부축을 제외한 지역은 젊은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노인만 사는 버려진 땅이 될 것”이라며 “사람이 집중됐다고 사회간접자본에 더 투자하는 악순환을 끊고 개발이 덜 된 지역에 사람이 모이도록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무실에 들어선 인터뷰팀이 앉자마자 박 지사는 작심한 듯 최근 새 정부에서 논의 중인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1970년부터 지금까지 전국 인구가 62% 늘어나는 동안 전남은 43% 줄었다.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인구가 밀집하면 집값과 땅값이 올라가고 범죄도 늘어난다. 반면 경부축의 바깥쪽에서는 사람들이 빠져나가 텅텅 비어 가고 있다.”》

대담=김상영 편집국 부국장


▲ 영상 취재 : 박영철 기자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1〉김진선 강원지사-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2〉김완주 전북지사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 박광태 광주시장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 김태환 제주지사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박준영 전남지사

○ 박준영 지사는

△전남 영암 출생(63세) △성균관대 정치학과 졸업 △중앙일보 기자(1972년) △강제해직(1980년) △㈜대우 기획조정실 부장(1981∼1987년) △중앙일보 복직(1987년) △중앙일보 편집국 부국장(1995∼1996년)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 겸 대변인(1999∼2001년) △국정홍보처장(2001∼2002년) △전남지사(2004년∼ )

―기업을 유치해야 인구가 늘어날 것 아닌가.

“3M이란 회사가 있다. 나주에서 액정표시장치(LCD) 필름을 생산하겠다고 해서 공장 터를 마련해 줬다. 3000명을 고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마침 정부가 첨단업종에 대해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준다고 하니까 경기 화성시로 가버렸다. 미안했는지 200명이 일하는 공장을 나주에 지었다. 수도권 규제를 풀면 지방에 올 기업도 수도권으로 가버린다.”

―기업은 사회간접자본과 좋은 인력이 풍부한 수도권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미국은 전국을 바둑판처럼 도로와 철도망을 갖춰 놓고 개발했다. 하지만 우리는 경부축에 고속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온갖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집중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집중됐다고 같은 곳에 다시 집중 투자하는 악순환을 계속한다. 동탄신도시 만들면서 사회간접자본 예산이 30조 원 넘게 들어간다고 한다. 그 돈이면 전남의 모든 섬을 도로로 연결할 수 있다. 국가 재정을 이처럼 비효율적으로 쓰면 안 된다.”

―인구 감소의 구체적 실태는 어느 정도인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 학생 수가 줄어 학교가 통폐합된다. 학교 규모가 작아지다 보니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가르쳐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 결국 남은 학생도 도시로 떠난다. 전남은 면적은 국토의 12%인데 인구는 4%다. 이대로 가면 노인만 사는 곳이 된다. 인구가 줄어드니 세수(稅收)가 적어 학교에 투자할 수 없다. 이러고도 국가가 교육에 대한 기회를 공평하게 보장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수도권과 비교해 교육투자는 얼마나 하는가.

“전남의 재정자립도는 11%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원어민 교사에 대해 서울의 어느 구는 월 300만 원을 주지만 전남은 200만 원 주기도 힘들다. 이러니 수도권과 경쟁해 좋은 교사를 채용할 수 없다. 당선자 시절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시골 학교와 도시 학교의 화장실, 냉난방 시설, 어학실습실 등을 직접 와서 비교해 보라’고 했다. 세계 어느 나라가 농어촌 교육과 도시 교육을 이처럼 차별하는가.”

―지방이라고 기업 유치나 교육에서 모두 불리한 조건만 있는 것은 아닐 텐데….

“음식값은 서울의 4분의 1, 집값은 5분의 1도 안된다. 미세먼지가 없고 햇볕도 좋다. 반도체 공장을 세우면 ‘무균실’이 따로 필요 없다. 중앙정부에서 인센티브만 주면 지방에 투자할 기업이 많이 있다.”

―해양관광사업을 육성한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

“전남은 6400km 해안선에 2000개 섬을 갖고 있다. 조건은 그리스와 비슷하다. 이곳에 10조 원만 투자하면 관광수지 적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완도 명사십리 백사장이 유명한데 숙박시설이 없었다. 몽골텐트를 임시로 설치했더니 해수욕객이 7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늘었다. 이어 육지와 다리를 연결하자 65만 명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98만 명이 됐다. 투자 유치에 성공해 리조트 2곳이 건립될 예정이다. 이처럼 관광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곳이 다도해에는 널려 있다. 문제는 규제다.”

―해양관광지역 개발에도 규제가 많단 말인가.

“경관이 좋아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개발 자체가 어렵다. 어족자원 보호 규정 때문에 연안 개발도 안 된다. (지도를 가리키며) 해상국립공원에는 숙박시설을 지을 수 없다. 민박도 못한다. 홍도에 11개 모텔이 있는데 1개 빼고는 모두 무허가다. 자연을 지키면서 사람이 살고 돈도 도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규제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는 보석 같은 관광자원이 널려 있다.”

―J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진척이 됐나.

“기온이 따뜻해 휴양치료도시를 만들려고 한다. 치료받으면서 골프도 치고 수영도 하고 카지노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개발되면 중국 관광객이 많이 올 것이다. 육지 관광은 중국을 따라갈 수 없지만 해양 관광은 우리가 강점이 있다. 이곳을 찾은 중국인들이 섬 개발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F1(포뮬러1)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대회를 꼭 해야 하나.

“전 세계 6억 명이 시청하는 F1대회는 한번 개최권을 따면 1년에 한 번씩 7년간 하고 5년 연장이 가능하다. 개최권료로 360억 원만 부담하면 된다. F1대회가 없을 때는 다른 자동차 경주 대회를 열면 된다. 육상이나 아시경기대회보다 이익이 남는다.”

―외국 관광객이 이곳까지 대회를 보러 올지 걱정이다.

“경기장이 들어서는 영암 주변에는 바다를 막으면서 금호호, 영암호라는 호수가 생겼다. 주변엔 바다가 있고 산이 있다.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은 드물다. 대회도 즐기고 관광도 하기 위해 많이 올 것이다. 개발 초기 숙박시설이 부족하면 크루즈선을 이용하면 된다.”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 포함된 호남운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영산강은 4대강 가운데 수질이 가장 나쁘다. 강에서 냄새가 너무 나 호텔이 문을 닫았을 정도다. 어차피 대대적인 정비가 불가피해 자체적으로도 영산강 치수사업을 벌이려던 참이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개발해 준다면 환영이다. 단, 스포츠를 즐기고 운하 옆에 자전거 도로와 산책길을 만드는 등 친환경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중앙정부에 바라는 것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 하나만 꼽는다면….

“해양관광산업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루빨리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 관광수지 적자를 탈피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정리=이병기 기자 eye@donga.com

‘전봇대’ 이후 대불산단은

“업체 목소리 듣는 官民 협의체 구성”

전남 영암군 삼호읍 대불국가산업단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으로 하루아침에 행정규제의 상징물이 된 ‘전봇대’가 있는 곳이다. 전남도청과 거리가 8km에 불과하다.

박 지사는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직원들에게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행정을 주문했다”며 “열악한 지방재정을 감안해 대불산단 전신주 및 가로등 이설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가 지원해 줄 것을 지난달 건의했다”고 밝혔다.

요즘 대불산단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남도, 영암군, 공단사무소, 한전, 입주업체가 현안이 있을 때마다 머리를 맞댄다.

영암군 관계자는 “세 차례 간담회 형식으로 만나 업체의 애로사항을 들었다”면서 “협의체를 구성해 분기별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박 블록 운송에 지장을 주는 전선의 지중화(地中化)사업은 다음 달 시작된다. 영암군과 한전은 올해 4.3km 도로의 전선을 땅으로 묻을 계획이다.

이 공사가 끝나면 전선 22.4km가 사라진다. 나머지 16.2km 전선은 대형 블록을 운송하는 데 지장이 없어 연차적으로 지중화할 계획이다.

박 지사는 “전봇대 몇 개를 뽑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기업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행정기관이 모여 현안을 해결해 주는 원스톱 서비스 체제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암=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