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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전날 극비 방북 김만복-김양건 회동 대화록

입력 | 2008-01-10 11:03:00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18일 극비 방북한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평양회동 대화록을 중앙일보가 10일자로 보도했다. 이 내용은 국정원이 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북한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남북 관계가 지속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김 원장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남측 대선 결과를 궁금해하자 “내일(12월 19일)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말한 뒤 “(이명박 정부가)남한 내 보수층을 잘 설득할 수 있어 현 정부보다 더 과감한 대북 정책을 추진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설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의 인수위 보고 자료에 따르면 김 원장은 평양 모란봉초대소에서 김양건 통전부장을 두 차례 만났으며, 오찬을 겸한 면담에서는 대선 결과와 남북 관계 전망, 국정원장 교체 여부 등을 화제로 모두 2시간30분 동안 대화를 나눈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를 정리한 대화록 중에는 김양건 부장이 “지금 남측 철도·도로 고찰단(조사단, 12월 12~18일 활동)이 와서 활동하고 있는데 많은 경험을 할 것이고 백두산 관광도 잘됐으면 한다”며 “남북 회담이 지금처럼 많은 적이 없었다”고 말한 대목이 들어 있다. 북측 김 부장은 또 “남북 관계가 (대선 뒤에도) 유지됐으면 한다”며 대선 이후 들어설 남측 새 정부의 대북 정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남북 관계는 남측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잘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한나라당 당선이 확실하지만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도 화해 협력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북측을 안심시켰다.

대화록에는 이어 북측 김 부장이 김 원장에게 “대선 뒤에도 국정원장직을 계속 맡느냐”고 물었으며, 김 원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곧바로 교체되며, 이것이 남측 사회의 기본 질서”라고 대답한 것으로 돼 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이종승 기자

아래는 중앙일보 보도 대화록 요지

12월 18일 평양, 남북 정보기관 수장 무슨 말 나눴나

▶김양건 북한 통전부장=“평양 오느라고 새벽 일찍 일어나셨을 텐데 피곤하시겠습니다.”(이어 서울 집 출발시간, 판문점 통과시간, 평양 도착시간 질문)

▶김만복 국정원장=“평소에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습니다.”(출발 후 도착까지의 경로를 설명한 뒤)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가 지난 8월 처음 방북 때보다 잘 정비돼 있습니다.”

▶김 부장=“(서울 방문 때의 경험을 살려) 서울~개성 간 도로에 비하면 아직도 보수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남북 간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 개·보수 사업이 차질 없이 진척되길 바랍니다.”

▶김 원장=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를 위한 현장조사(12월 11~13일), 개성~신의주 철도 현장조사(12월 12~18일) 실시 등 철도·도로 분야에 대한 정상 선언 이행상황 설명. 김 부장의 서울 방문기간(11월 29일~12월 1일) 중 촬영한 사진첩을 준 뒤 함께 보며 당시 상황 회고. 방한기간 중 김 부장에 대한 국내 언론의 관심 설명.

▶김 부장=“남조선 방문 때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체류 일정이 잘 짜였고 행사 진행도 완벽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부산 북항과 감천항, 신항을 헬리콥터로 둘러보던 장면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김 원장=“정상회담 기념식수에 표지석을 설치하는 것은 남북 관계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표지석 없는 기념식수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가 퇴색하기 마련이니까요. 표지석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부장=“우리도 기념식수의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님의 나무가 착근이 잘 되는지 걱정이 돼서 저는 물론 통전부 실무자들이 수시로 방문해 관계자들에게 정성 들여 키울 것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나무 위치가 관람객들이 많이 왕래하고 눈에 잘 띄는 지역이라 중앙식물원 최고의 명물이 될 것입니다. 남북회담이 지금처럼 많은 적이 없었습니다. 남북 관계가 잘 유지됐으면 합니다.”

▶김 원장=“남북 관계는 2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잘 진행되고 있으므로 남측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잘 유지될 것으로 봅니다. 내일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지만 한나라당의 대북정책도 화해·협력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남한 내 보수층을 잘 설득할 수 있어 현 정부보다 더욱 과감한 대북 정책을 추진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김 부장=“국정원장 자리에 계속 계시게 됩니까?”

▶김 원장=“새 정부가 들어서면 바로 교체될 겁니다. 이런 것이 남측 사회의 기본 질서입니다. 건강은 좀 어떠십니까?”

▶김 부장=“건강합니다.” (이후 아들·딸·손자·손녀에 관해 담소 중 점심시간이 돼 식당으로 자리를 옮김).

◆오찬 참석자=남측(5명): 김 원장, 윤○○, 남○○, 신○○, 조○○ 산림청 사무관, 북측(4명)=김 부장, 김○○, 리○, 리○○

◆오찬 대화 내용=평양 명승지, 날씨, 남북한 전통술, 음식 등에 관해 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