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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으로 신기술 들춰보기]우주로 떠난 씨앗

입력 | 2007-11-23 03:04:00

2006년 9월 2주 동안 ‘우주여행’을 다녀온 씨앗으로 키운 진도산 석곡 난. 잎에 줄무늬가 생기는 돌연변이가 발생했다. 사진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선정된 고산(31·한국항공우주연구원) 씨보다 석 달 먼저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방문하는 ‘한국 토종’ 생명체가 있다. 2008년 1월 러시아의 화물우주선 프로그레스에 실려 ISS에 갈 예정인 9가지 종자(벼 콩 들깨 유채 애기장대 무 난 담배 인삼)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 방사선생명공학연구센터 강시용 박사는 “ISS에서 실행할 18가지 과학실험 가운데 하나인 ‘우주방사선 이용 육종 연구’를 위해 우리나라 토종 종자 300g을 미리 보낸다”며 “이들 씨앗을 석 달 동안 우주 환경에 노출시킨 뒤 우리 우주인이 갖고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구에서 수억 년 동안 적응하며 진화해 온 식물은 우주방사선과 미소중력, 진공, 약한 자기장 같은 지구와 전혀 다른 우주 환경에 노출될 경우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얻어진 돌연변이를 신품종 개발에 이용하는 방법을 ‘우주육종’이라고 한다.

우주육종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1987년 처음 실험을 시작한 중국이다. 중국은 인공위성에 종자를 실어 올려 2주일 정도 우주 환경에 노출시킨 다음 위성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우주 씨앗’을 만들었다. 이 씨앗을 이용해 다양한 품종을 개발한 결과 지난 30년 동안 단백질 함량을 8∼12% 높인 벼와 비타민C 함량을 15∼20% 높인 고추를 개발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2006년 9월에는 우주육종 전용위성인 스젠(實踐) 8호에 약 2000종의 식물 종자와 균류 200kg을 실어 우주로 보냈는데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7가지 종자(벼 콩 들깨 유채 애기장대 무 난) 200g도 포함됐다.

강 박사는 “2주 동안 우주방사선을 흠뻑 쬐고 온 이들 종자를 2006년 11월 돌려받아 지난봄에 심었더니 보통 난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리는 특이한 줄무늬의 난을 얻었다”며 “우리 우주인이 갖고 돌아올 종자를 이용해 병충해에 강한 벼나 영양가가 높은 콩 같은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형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ut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