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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째 ‘불안한 나날’ 미얀마 승려들

입력 | 2007-10-24 17:21:00


미얀마 군사정권에 민주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던 승려들이 시위사태가 터진지 한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은 지난 6일까지 체포한 승려 533명을 대상으로 '진짜'와 '사이비'를 가려내는 작업을 거쳐 398명을 석방했다고 밝혔지만 반체제 인사들은 더 많은 승려들이 구금된 상태라고 반박하고 있다.

주민 100명 중 1명이 수도승일 정도로 승려들이 많은 미얀마에서 점심 때 붉은 가사를 두른 승려들이 시내로 줄지어 탁발을 나서는 광경을 목격하기는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미얀마에서 가장 큰 사원인 마하간다욘 수도원에서는 군정이 민주화 시위를 유혈진압한 이후 탁발을 나서는 수도승 수가 크게 줄었다.

한 고위직 승려는 "우리 수도원에는 승려 1400여명이 수도를 해왔으나 진압사태가 터진 뒤 부모들이 1000명의 수도승을 집으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수십년 동안 미얀마에서 주민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쳐온 집단은 50만 명에 이르는 승려 계층과 45만 명 병력으로 국민을 공포 속에 떨게 만든 탄 슈웨 장군의 군정 등 두 부류였다.

지난달 민주화 시위와 유혈진압으로 이들 두 집단의 불편한 공존이 산산조각난 것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총이 불경을 압도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양곤지역 사찰의 한 부(副)주지스님은 "승려들은 경제적 궁핍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 정부에 자비를 호소했다. 그러나 군정은 히틀러의 나치보다 더 지독했다. 그들은 종교에 대한 존경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군정은 분리지배 전술을 사용했다. 승려계층을 감독하는 기구인 '상가 마하 나야카' 위원회를 설득해 군정의 시주를 받고 승려들에게 시위를 중단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양곤 소재 잡지사의 한 편집자는 "몇몇 고승들은 군정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 그들은 차량과 TV, 저택, 휴대전화 등을 받고 군정에 복종했다"고 말했다.

그는 "승려들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승려들은 평신도들의 존경을 받지만 일부 고위직 승려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만달레이의 마하간다욘 수도원에 배치된 군인들은 이달 중순 철수했다. 하지만 군용트럭은 수도원 근처 골목길에 계속 잠복해있다.

승려들의 불경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긴 하지만 이 수도원은 여전히 공포에 짓눌려있다. 승려들은 군부의 유혈진압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길 꺼린다.

미얀마 군정은 승려들을 총과 곤봉으로 진압함으로써 미얀마의 근본 가치를 뒤흔들었다.

민주화 시위 중심지였던 양곤의 술레탑 주변에서 택시를 몰고 있는 마웅 아예는 "버마 (옛 미얀마 국명) 사람들에게 승려는 부처의 아들과 같다"며 울부짖었다.

독실한 불교신자이면서 5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는 양곤시내 한 상점주인은 "난 군인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만약 스님을 사살해야 한다면 내생(來生)에서 최악의 일이 내게 벌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일부 사찰의 입구에는 군정이 시주한 쌀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승려계층을 달래려는 군정의 구애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