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지역의 산불이 확산되면서 사망자가 6명으로 늘어나고 주택과 상가 1500채가 전소되는 등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나흘째 계속되고 있는 이번 산불은 캘리포니아 동부 사막 지역에서 서쪽으로 부는 계절풍 '산타아나'가 예년보다 더 강해진 채 뜨거운 공기를 몰고 옴에 따라 바람이 잦아들지 않을 경우 사실상 진화작업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으나 산불 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23일 현재 정확한 피해 집계가 나오지 않고 있다.
◇ 산불 확산 및 피해 급증 = 캘리포니아주 소방 당국에 따르면 20일 로스앤젤레스 인근 말리부 지역을 시작으로 발생한 산불은 23일 LA카운티와 샌디에이고 카운티로 확산되는 등 북쪽의 샌타바버라부터 남쪽의 멕시코 접경 지역까지 태평양 연안 7개 카운티내 20여 곳에서 기세를 떨치고 있다.
이 불로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 긴급 대피했던 이재민 가운데 4명이 호흡 곤란 등을 일으켜 사망하고 샌타클라리타 지역 화재 현장에서 1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6명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고 주택과 상가, 별장 등 1500채 이상이 전소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300채 가량이 전소되는 등 피해가 가장 심한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만 34만6000가구에 대피령이 내려져 1만 명 가량이 퀄컴스타디움에 피신해 있는 등 7개 카운티 지역에서 모두 80만 명 가량이 산불을 피해 집을 나와 대피소나 호텔, 친척집 등으로 옮겨 지내고 있다.
포웨이와 랜초 버나도, 에스콘디도 지역이 불타고 있는 샌디에이고의 경우 고급주택가인 랜초 산타페와 출라 비스타, 보니타 지역으로 불길이 확산되고 있어 초비상이 걸려 있다.
이번 화재의 피해나 화재로 인해 대피한 주민 수 모두 캘리포니아주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또 산불 피해 면적도 40만 에이커(약 1620㎢)로 늘어났고 부상자는 소방관들을 포함해 40명을 넘으며 재산 피해액과 진화에 따른 예산이 각각 수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뉴욕 소재 보험정보연구소는 이번 화재의 피해 규모가 적어도 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 진화 `역부족' = 현재 8000여 명의 소방관과 90대 가까운 항공기에 소방 훈련을 받은 재소자 2600명까지 화재 진압에 투입됐지만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지는 불길을 뒤쫓기에는 역부족이다.
소방 관리들은 한결같이 "자동차보다 빨리 번지는" 불길을 잡기 위해서는 먼저 바람이 약해져야 가능하다며 진화 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7개 카운티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 동원령을 내리는 한편 다른 주에 소방관과 소방장비 지원을 긴급 요청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요청에 따라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토안보부 등 관계 기관에 긴급 지원을 지시했다.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과 데이비드 폴슨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이 전날 화재 현장을 방문했고 부시 대통령도 25일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현재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와 페퍼다인대학 등 화재 발생 지역의 대학교와 초중고교는 대부분 휴교했으며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생필품을 장만하려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니나 교세라 같은 외국 기업들도 샌디에이고 소재 사업장에서의 생산을 중단했다.
기상당국은 이번 산불을 야기한 강풍이 24일 오후까지 세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건조하고 섭씨 30도를 넘는 고온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 한인 피해도 속출 = 피해 지역이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곳인 만큼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 접근이 불가능한 데다 이재민들이 안전한 장소를 찾아 뿔뿔이 흩어져 있어 정확한 피해 집계는 완전 진화가 이뤄진 다음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샌디에이고 한인회에 따르면 23일까지 공식 집계된 피해 상황은 교회 1곳과 주택 1채의 소실로 신고됐지만 랜초 버나도와 출라 비스타 등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화재의 최대 피해지역 중 한곳인 랜초 버나도의 경우 약 1만 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긴급 대피령에 따라 간단한 가재도구를 챙겨 인근 교회나 학교 강당, 퀄컴스타디움으로 피신한 상태다.
장양섭 샌디에이고 한인회 회장은 "사무실에 비상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피해 상황을 접수하고 있으나 현장 접근이 안돼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피신한 주민들도 호텔이나 친척집, 퀄컴스타디움 등지로 흩어져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