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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곤 전 청장 진술…檢 ‘1억 용처-배후 수사’ 새국면

입력 | 2007-10-24 03:03:00

부산고검 국감박상길 부산고검장이 23일 부산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검찰이 정상곤(53·구속기소)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서 몇 차례에 걸쳐 6000만 원을 전군표(53) 국세청장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 전 청장이 돈을 건넸다고 변함없이 진술하고는 있지만 돈을 건넨 시기와 장소 등에 대한 진술에 일관성이 없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배후 의혹 규명될까=정 전 청장의 진술로 뇌물 용처 및 세무조사 무마 로비의 또 다른 배후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주목을 받게 됐다.

정 전 청장은 건설업자 김상진(42·구속기소) 씨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로비 대가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뒤 “(1억 원은) 내 돈이 아니다” “용처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언급할 것”이라며 로비에 또 다른 배후가 있음을 암시해 왔다.

일개 건설업자인 김 씨의 로비가 세무조사 무마 단계에서 지나치게 조직적이고 큰 성과를 거뒀다는 점도 세무조사 무마가 정 전 청장 선에서 ‘전결’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정윤재(44·구속)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을 통해 김 씨가 벌인 로비의 최종 결정권자가 정 전 청장이 아닌 전 국세청장이라면 정 전 청장의 미묘한 발언이나 완벽하게 이뤄진 세무조사 무마를 둘러싼 의문점이 풀리게 된다.

▽험난한 수사 될 듯=정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시종 전 국세청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돈을 전달한 시점이나 장소 등에 대한 정 전 청장의 진술이 앞으로도 계속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검찰은 정 전 청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 전 국세청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동기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이 오간 데다 목격자를 확보하기 어려워 검찰은 정 전 청장의 진술을 뒷받침할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뇌부가 최근 수사팀으로부터 정 전 청장의 진술 내용을 보고받은 뒤 고민에 빠진 것도 이 같은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유사한 뇌물 사건에 비춰 볼 때 정 전 청장이 건넸다고 진술한 6000만 원은 세정(稅政)의 최고 책임자에게 건네진 뇌물치고는 비교적 적은 액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고위 관계자는 23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할 게 많다”고 해 앞으로 수사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관련 경제인 간담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 보도가 나왔으니까 민정수석실에서 확인하고 있을 것”이라며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감에서도 집중 거론=이날 열린 부산고검 및 관내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날 국감에서 김명주 한나라당 의원은 “국세청장이 뇌물 가운데 일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느냐”고 질의했고 김태현 부산지검장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부산지검이 수사 중인 사안이 ‘정윤재 게이트’로 거론되면서 청와대와 범여권에 대한 의혹만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이 건설업자 김상진 씨와 관련한 ‘부산 지역의 토착비리’로 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