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로 구성된 중국 공산당 제17기 최고 지도부의 특징은 계파별로 자리를 분할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지도부가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鄧小平)과 같은 1인 독주 체제에서 벗어나 점차 실질적인 집단지도체제로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중국 공산당 제17기 중앙정치국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권력 분할이 명확해진다.
먼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필두로 한 ‘퇀파이(團派·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 소속이 3명,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영수로 한 상하이방(上海幇)이 3명, 이번에 상무위원직에서 물러난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을 핵심으로 한 태자당(太子黨·고위 관료 자제 출신) 계열이 3명으로 황금 분할을 이뤘다.
25명으로 구성된 중앙정치국 역시 퇀파이가 10명, 상하이방이 8명, 태자당이 6명, 무(無)계파 1명으로 어느 계파도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후 주석의 퇀파이 계파가 집권 1기보다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중앙정치국에 새로 수혈된 9명의 위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명이 퇀파이거나 후 주석 계열이다.
상하이방에 포위돼 ‘장 전 주석의 그림자’ 정권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던 집권 1기와는 사뭇 다른 정치력을 보여 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중국 공산당의 계파별 권력 분할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마치 일본 자민당처럼 당내 계파별 경쟁과 협력을 통해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욕구를 흡수하는 정치 체제를 운영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의 한 중국 정치 전문가는 “최근 중국 공산당과 학자들 사이에서 일본 자민당의 파벌 정치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한 교수는 “일본 자민당의 파벌 정치는 간판을 내걸고 하는 파벌 정치로 중국의 정치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며 “당의 발전을 위해 세계 각국의 정치 과정을 연구했지만 일본은 주요 연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상하이 시 당 서기는 22일 열린 제17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권력 서열 6위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동시에 중앙서기처 서기에 선출됨에 따라 후계자 경쟁에서 일단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 성 당 서기를 제쳤다.
특히 시 서기는 찬반 투표로 치러진 이번 17기 중앙위원회 중앙위원 선거에서 2235명의 투표자 가운데 2227명의 찬성표를 획득해 2226표를 얻은 리 서기를 1표 차로 눌렀다.
이날 선출된 204명의 중앙위원 가운데 인민해방군 대표가 무려 4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새로 수혈된 젊은 간부 25명은 대부분 후 총서기 계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권력구조 개편에 따라 정부 직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1부총리를 맡게 될 리커창 서기는 경제를 총괄 조정하고 유임된 후이량위(回良玉) 부총리는 계속 농림수산업 분야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 정치국에 진입한 왕치산(王岐山) 베이징 시장이 쩡페이옌(曾培炎) 부총리 자리를 이어받아 금융 업무를 맡을 것으로 예측된다. ‘철의 낭자’로 불리는 우이(吳儀) 부총리가 맡았던 대외무역 및 보건 분야에는 장더장(張德江) 광둥(廣東) 성 서기가 발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 日자민당 파벌정치는
1955년 11월 일본에서는 보수 정당이었던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당해 자유민주당(자민당)을 창당했다. 한 달 전 사회당 좌우파가 단일당을 결성한 데 따른 대응으로 보수세력이 대결집한 것.
이후 일본 정치는 우파 자민당과 좌파 사회당의 양당구조하에서 자민당이 ‘만년 여당’으로 집권하는 구조로 진행돼 왔다. 이는 흔히 ‘55년 체제’라고 불린다.
이런 체제 속에서 자민당이 여당 지위를 잃었던 시기는 야당 연립정권이 집권했던 1993년 8월부터 단 10개월뿐이다.
이처럼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데는 당내 파벌 간에 ‘시계추의 원리’에 따라 교체되는 구조가 큰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자민당 내에는 여러 파벌이 존재하면서 견제와 균형이 이뤄졌고 총리 자리를 둘러싼 ‘파벌 간 정권 교체’가 이뤄져 왔다. 이는 일당 장기집권에 따른 불만을 해소하면서 여야 간 정권 교체와 비슷한 효과를 가져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