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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데까지 간 美리얼리티 프로그램

입력 | 2007-10-10 03:02:00

최근 방영된 미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개입’의 장면들. ‘팜’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보드카를 병째 마신 뒤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위험하게 질주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사막에 아이들 남겨두고… 음주여성 난폭운전 그대로 방송

‘아이들의 나라(Kid Nation).’

미국 CBS가 지난달부터 방영 중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뉴멕시코 주의 사막에 8∼15세 남녀 어린이와 청소년 40명만 남겨 둔 뒤 이들이 40일간 살아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아이들을 보살피는 성인이 없다 보니 한 어린이는 요리를 하다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다른 어린이 셋도 표백제를 음료수로 착각해 마시는 사고가 났다.

시청자들은 “돈벌이에 눈먼 제작진이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비난했고 뉴멕시코 주 검찰은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사회적 논란 속에서 이 프로그램의 광고는 어느새 3배로 늘어 맥도널드를 포함한 20여 개 회사가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시청률을 의식한 미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출연자들의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9일 보도했다.

‘있는 그대로의 출연자 모습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장르 특성상 범죄나 사고의 위험이 있는 데도 제작진이 개입하지 않고 카메라만 들이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미성년자가 술을 마시거나 주먹다짐을 하는 위험한 장면도 그대로 방영된다.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 A&E는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 ‘개입(Interven-tion)’에서 한 여성이 보드카를 들이켠 뒤 차를 몰고 질주하는 아찔한 장면을 방송했다가 시청자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리얼리티 쇼 전문 변호사 마이클 오코너 씨는 “제작 도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작진에 도덕적인 비난은 할 수 있지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제작자들은 법적으로 ‘목격자’ 신분이기 때문에 경찰과 달리 촬영 현장에 개입해 출연자들이 저지르는 범죄나 사고를 막을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과실 책임을 지우려면 제작진이 출연자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지만 이것도 쉽지는 않다고 그는 설명했다.

ABC의 성형 전문 리얼리티 프로그램 ‘완전 개조(Extreme Makeover)’는 2004년 한 여성 출연자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이 여성의 여동생이 “내가 언니의 외모를 놀려대는 장면이 방송에 나간 것에 가책을 느낀다”며 자살했기 때문이다.

CBS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빅 브러더’는 2002년 전과자인 남자 출연자가 촬영 도중 여자 출연자의 목에 갑자기 칼을 들이대는 바람에 여자 출연자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CBS와 ABC는 모두 합의금으로 소송을 해결했지만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