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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水至淸則無魚, 人至察則無徒

입력 | 2007-10-10 03:02:00


지(至)는 ∼에 이르다는 뜻이다. 극도의 수준에 이르다는 의미로 지극하다는 뜻도 지닌다. 則(즉)은 앞의 말에 따른 결과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법이나 규정 또는 모범이나 준칙의 뜻도 있는데, 이때는 ‘칙’으로 읽는다. 法則(법칙)이나 準則(준칙)이 그렇다. 魚(어)는 물고기다.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의 漁(어)와 뚜렷이 구분된다. 고기를 잡는 직업을 가진 이는 漁夫(어부) 또는 漁父(어부)라고 해야 한다.

察(찰)은 자세히 살피다 또는 밝게 분별하다의 뜻이 일반적이다. 여기서는 淸高(청고)함, 즉 맑고 고상하다는 뜻으로 쓰였다. 까다롭다는 뜻으로 쓰일 때도 있다. 徒(도)는 뜻을 같이하는 무리, 즉 동아리나 패거리를 뜻한다. 단순히 다수의 무리를 뜻하기도 한다. 徒黨(도당)은 뜻을 같이하는 무리이고, 暴徒(폭도)는 폭동을 일으켜 질서를 깨는 무리이다. 徒弟(도제)에서처럼 제자라는 뜻이 있고, 信徒(신도)에서처럼 종교를 믿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徒步(도보)에서처럼 걷는다는 뜻도 있다.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기 어렵다고 한다. 먹을 것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말 자체가 틀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예전에는 숨을 곳이 없어서라고 이해되었다. 사람도 지나치게 맑고 고상하면 함께 어울려주는 이가 없다고 한다. 그런 이와 어울리기에는 숨기기 어려운 약점이 너무 많아서이리라.

남과의 어울림이 없는 사회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남에게 약점도 보이고 또 남의 부족함도 잘 용납해 주는 이가 남들과 잘 어울린다. 그렇다면 새길 바가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숨길 약점이 많은 속인의 자기합리화일 뿐인가? ‘예기(禮記)’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