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삼색나물, 산적, 생선전….
추석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들이다.
하지만 주부들이 준비해야 할 음식은 이처럼 제사상에 올릴 음식이 다가 아니다. 명절이라 찾아올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잡채 불고기 등 여러 요리를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
음식을 장만하느라 안 그래도 힘든 주부들은 요리 아이템을 구상하느라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명절마다 같은 음식을 내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불고기를 대체할 만큼 만들기 쉬운 요리가 많지 않다.
혹시 이탈리아 음식이나 중식 가운데 명절에 손쉽게 만들어서 손님에게 내놓을 수 있는 요리가 있지 않을까.
한식이라도 조금 색다르게 요리하면 어떨까.
요리연구가인 최진흔 아트쿡 대표로부터 이탈리아식과 한식, 서울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의 장금승 책임주방장으로부터 중식에 기반한 ‘손쉬운 추석 음식’을 소개 받았다.》
한국 요리를 조금 비틀어서…
○ 화전
화전은 꽃을 장식이 아닌 요리의 재료로 활용한 전통음식이다. 어쩐지 화전 하면 배고픈 시절에나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보릿고개를 나기 위해 지천으로 널린 진달래꽃을 입술이 보랏빛이 되도록 따 먹어도 배는 여전히 고팠다던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나서다.
하지만 최근 참살이(웰빙) 바람을 타고 화전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추세다. 보기에도 예쁘고, 꿀을 바른 덕에 맛도 달고 고소하다. 꽃은 식물의 영양분을 응축하고 있지만 어떤 꽃은 독성 때문에 먹을 수 없다.
식용 꽃을 사야 하는데 허브다섯매 등 전문 농장에서 생산하며 인터넷이나 마트에서 판다. 최 대표는 “송편을 만들고 남은 쌀가루가 있으면 이를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재료
멥쌀가루 60g, 찹쌀가루 140g, 소금 약간, 식용 꽃, 꿀 100g
만드는 법
① 쌀가루를 체에 내려 소금을 넣은 뒤 뜨거운 물로 익반죽한다(부추화전을 만들려면 부추를 3, 4cm 길이로 자른 뒤 믹서에 물과 함께 넣고 갈아 반죽에 넣는다).
② 직경 5cm 정도로 동글납작하게 빚어 프라이팬에 부친다.
③ 접시에 담은 뒤 꿀을 뿌리고 식용 꽃을 올려 장식한다.
촬영 편집 동아일보 특집팀 박영대 기자
○ 고명 올린 너비아니구이
쇠고기 버섯 대파 등을 꼬치에 꿰어서 먹는 산적 대신 올해는 너비아니구이를 해 보자. 산적은 통상 붉은 양념에 고기를 조리지만 너비아니구이는 간장에 재워서 굽는 것으로 양념방법이 다르다.
산적 대신 너비아니구이를 쌓아 제사상에 올려도 된다. 가족끼리 먹기 위해 만들었다면 둥근 접시에 넓게 펼치는 모양새로 올려 두는 게 낫다. 추석용으로 준비했던 고기 중 자투리가 있다면 모아서 활용해도 좋다.
이 요리의 포인트는 밤, 대추, 잣으로 된 고명. 채 썰어서 고기구이 위에 뿌리면 야채나 너트류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골고루 먹을 수 있다.
재료
쇠고기(우둔살, 채끝살) 300g, 밤 4개, 대추 3개, 잣 2큰술, 통깨 1큰술, 흑임자 1큰술, 꼬치용 막대, 양념장(간장 2와 1/2큰술, 다진 파, 다진 마늘 1큰술, 설탕 1과 1/2큰술, 술 1큰술, 후춧가루 1/2작은술, 참기름 1큰술, 깨소금 1큰술, 키위즙 1큰술, 생강즙 1작은술)
만드는 법
① 쇠고기를 0.3cm 두께로 얇게 썬 다음 양념장에 한 장씩 재운다.
② 껍질 벗긴 밤, 씨를 제거한 대추를 가늘게 채 썬다.
③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한 장씩 굽는다.
④ 고기를 꼬치에 하나씩 끼운 뒤 접시에 올리고 밤 대추 잣 흑임자 통깨를 뿌린다.
이탈리아 요리를 추석 상에…
○ 가지 프렌치프라이
한국 사람들은 통상 가지를 나물로 무쳐 먹는다. 하지만 가지를 부쳐 이탈리아식 소스를 뿌리면 훌륭한 이탈리아 요리가 된다. 소금으로만 간을 했을 때는 밋밋한 맛이지만 이 요리 위에 발사믹 소스를 듬뿍 뿌려 주면 새콤달콤한 매력적인 요리로 변신한다. 명절에 호박전 대신 시도해 볼 만하다.
재료
가지 3개, 소금, 후춧가루, 달걀 2개, 실파 다진 것 30g, 발사믹소스 50g
만드는 법
① 가지를 끓는 물에 5, 6분 익힌다.
② 껍질을 제거한 뒤 포크로 눌러 납작하게 편다. 소금 후추를 약간 뿌린다.
③ 달걀을 잘 풀어 가지를 담근 뒤 프라이팬에 굽는다.
④ 접시에 담고 발사믹소스를 충분히 뿌린 뒤 실파를 뿌린다.
○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얹은 스테이크
서양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스테이크다. 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돼지고기에 치즈를 얹어 살짝 녹이면 아이들도 좋아하는 스테이크 요리가 된다. 스테이크를 낼 때 명절에 먹다 남은 나물, 과일을 한옆에 같이 올리면 좋다. 명절 저녁에 한 끼 더 해먹어야 하는데 아침, 점심밥으로 똑같은 요리를 먹었다면 시도해 볼만하다.
재료
돼지고기(안심) 120g짜리 8조각, 소금 1/2작은술, 후추 1/4작은술, 레드와인 1/2컵, 레드피망 반 개, 그린피망 반 개, 다진 파슬리 1큰술, 모차렐라치즈 300g, 발사믹소스 5큰술, 토마토토핑(토마토 3개, 프레시 바질 10g,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 3큰술, 마늘 2알 다진 것, 양파 1개 다진 것)
만드는 법
① 핏물을 제거한 돼지고기에 칼집을 넣고 가볍게 두드린다. 소금 후추 와인으로 간한다.
②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앞뒤로 굽는다. 오븐용기에 담고 붓으로 발사믹 소스를 고기에 바른다.
③ 0.3cm로 썬 피망과 파슬리 다진 것을 섞는다. 토마토는 씨를 제거한 뒤 사방 1cm로 썰어 마늘 양파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를 넣고 잘 섞는다.
④ 고기 위에 모차렐라 치즈, 토마토토핑, 피망과 파슬리 다진 것을 올린 뒤 오븐에 3분간 굽는다. 오븐이 없으면 프라이팬에 15분간 굽는다.
의외로 간단한 중국 요리
○ 광둥식 실파 소 안심볶음
추석에 모이면 아무래도 빠질 수 없는 게 술이다. 자투리 쇠고기는 너비아니구이로 만들어도 좋겠지만 실파 소 안심볶음으로 만들면 매콤한 맛에 부드러운 안심이 어우러져 술안주로 그만이다.
중국 요리가 어려워 보이지만 준비한 재료를 기름에 모조리 넣고 튀기기만 하면 돼 의외로 쉽다. 이 요리도 처음에 소 안심에 중국식 양념을 조리는 마리네이드 과정이 조금 귀찮다뿐이지 그 다음에는 모든 재료를 볶으면 된다.
장 책임주방장은 “이 요리는 저지방, 저칼로리, 저콜레스테롤, 고단백 요리”라고 말했다.
재료
쇠고기(안심) 200g, 실파 6뿌리, 생강 20g, 마늘 30g, 두반장 15g, 달걀 1개, 치킨 파우더 3g, 간장 5g, 정종 또는 맛술 5g, 감자 전분 5g, 조미료(간장 5g, 굴기름 15g, 닭육수 50cc, 감자전분 5g, 후추 약간)
만드는 법
① 쇠고기를 마리네이드한다(쇠고기를 얇게 편 떠 전분, 달걀 흰자, 소금 후추 약간, 치킨 파우더와 함께 버무려 30분 동안 실온에서 숙성시킨다).
② 120도의 기름에 마리네이드한 고기를 1분 정도 튀긴다.
③ 프라이팬에 실파를 넣고 볶은 뒤 접시에 따로 담아 둔다.
④ 마늘, 생강, 두반장을 함께 볶다가 고기와 정종을 넣고 다시 볶은 뒤 접시에 담는다. 그 위에 ③을 올린다.
○ 자연송이 활전복수프
재료가 비싸서 그렇지 일단 재료만 준비되면 술 마신 뒤 뒤풀이나 보신용으로 먹기 좋다. 닭 육수만 만들어 놓으면 그 뒤에는 재료를 넣고 중탕하는 과정만 남기에 요리 과정이 매우 간단하다.
재료
자연송이 3쪽, 활전복 2마리, 닭 육수 500cc, 푸른 야채, 꽃소금 12g, 국간장 30cc
만드는 법
① 활전복을 가능한 한 얇게 편을 뜨고 송이는 0.5cm 두께로 썬다.
② 적당한 크기의 도기 또는 탕기에 자연송이를 담고 꽃소금, 국간장으로 간을 한 닭 육수를 붓는다.
③ 중탕용 용기에 이 도기를 넣고 15분 정도 중탕한다.
④ 전복과 푸른 야채는 끓는 육수에 살짝 데친 뒤 중탕된 도기에 담아낸다.
글=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올리브유에 대한 오해와 진실▼
튀김 땐 낮은 등급이 적당…한식엔 향이 순한 ‘젠틸레’
음식을 지지고 볶고 튀기고 부칠 때 빠질 수 없는 게 기름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식용유를 쓰는 가정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거의 올리브유를 쓴다. 건강에 좋은 기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실제로 올리브유는 식물성 기름 가운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단일불포화지방산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기름이다. 일반 식용유는 포화지방산과 복합불포화지방산이 많다.
올리브유를 쓰면서도 이 기름의 특성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올리브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베르톨리’를 생산하는 유니레버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도움으로 알아본다.
통상 올리브유를 쓸 때는 ‘엑스트라 버진’이라고 표시된 등급을 선택한다. 그 아래 등급인 ‘버진’ 또는 ‘엑스트라 라이트’를 선택하면 안 되는 것일까.
엑스트라 버진은 그해 생산된 올리브 가운데 맛과 향이 풍부한 최상급 올리브를 모아서 수확한 지 24시간 안에 짠 신선한 기름이다. 최상급 기름이다 보니 값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맛과 향이 풍부하고 올리브 특유의 영양성분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버진은 엑스트라 버진을 짜고 난 뒤 두 번째 짠 기름이며 엑스트라 라이트는 세 번째 짠 기름이다. 물론 버진 중에는 맛과 향이 조금 떨어지는 올리브를 모아 첫 번째로 짠 기름도 있다.
여러 번 짤수록 발연점(연기를 내며 기름이 타기 시작하는 온도)이 높아지기 때문에 튀김 요리를 할 때는 싸면서도 발연점이 높은 엑스트라 라이트를, 일반 요리를 할 때는 엑스트라 버진을 사용하는 게 좋다.
하지만 통상 가정에서 튀김요리를 할 때는 160∼180도가 적당하기 때문에 굳이 엑스트라 라이트를 살 필요 없이 엑스트라 버진을 써도 무방하다. 요리할 때 나오는 연기는 짤 때 들어간 미세한 올리브 과즙이 타는 것으로 기름의 화학적 성분이 변질되는 건 아니다.
올리브유를 쓰면 맛과 향이 진해서 한식 요리에 어울리지 않는 때도 많다. 버섯부침 등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야 하는 요리에서 특히 그렇다. 이럴 땐 그냥 식용유를 써야 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엑스트라 버진급 올리브유 가운데 맛과 향이 순한 올리브 열매를 골라서 짜낸 제품도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젠틸레’라는 꼬리표가 붙은 제품을 고르면 된다.
올리브유는 변질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냉장고에 넣었을 때 뿌옇게 응고되는 현상을 변질로 오해한 것. 상온에 보관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산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온이되 어둡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플라스틱병보다는 유리병에 든 제품이 좋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