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지인들이 밝힌 근황
미국에 도피 중인 신정아 씨가 ‘가짜 예일대 박사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 씨의 뉴욕 친구인 A 씨는 “신 씨가 누군가의 소개로 예일대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1년에 두 차례는 뉴욕에서 예일대가 있는 뉴헤이븐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고 말했다.
그는 “신 씨가 뉴욕에 오기 전에 내가 미리 뉴욕 기차역에서 뉴헤이븐까지 가는 기차표를 사서 건네주기도 했다”며 “예일대 졸업식이 있던 2005년에는 졸업 가운을 입은 신 씨 모습을 직접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신 씨의 ‘가짜 박사학위 논문’이 미국 버지니아대 대학원생 논문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난 점에 대해 “신 씨도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서는 ‘대리 작성’을 시켰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런데 그 가짜 논문이 다른 사람 논문을 제목까지 바꾸지 않고 그대로 베낄 정도로 대충 작성됐다는 점은 몰랐다”고 전했다.
신 씨는 현재 가짜 예일대 박사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본인이 사기를 당했다고 판단해 이 과정을 중개한 사람을 상대로 미국 법률회사를 통해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A 씨는 전했다.
한편 최근 신 씨와 몇 차례 접촉한 지인 J 씨는 신 씨가 11일 뉴욕을 떠났지만 아직 미국에 체류 중이라며 그가 미국 도피생활 동안 다른 사람의 눈에 띌까 매우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 씨와 함께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저렴한 딤섬 식당에 간 적이 있었는데 한인이 알아보고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신 씨가 울면서 나간 적이 있었다. 신 씨가 그 이후에 더욱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불량자인 신 씨가 물가가 비싼 뉴욕에서 2개월 가까이 어떻게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해선 미국 체이스은행에 본인 계좌가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J 씨는 설명했다. 신 씨는 오랫동안 미국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사회보장번호(미국에서 신분증 역할을 하는 것)가 있어 A 씨 주소로 미국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
그는 ‘신 씨의 미국 은행 계좌에 돈이 얼마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인터넷뱅킹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은행에서 보내는 우편물이 미국 주소로 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도 미국 백화점 등에서 광고 우편물을 신 씨 이름으로 계속 보내는 것을 보면 신 씨 은행 계좌에 어느 정도 돈이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A 씨는 “현재 신 씨는 자신의 처지를 더는 잃을 것도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신 때문에 많은 지인이 무차별적으로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예일대 박사학위 건과 관련해서 정리가 되는 대로 한국에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신 씨는 이번 일로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과 동국대 측에는 미안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자기가 큐레이터로 재직하던 성곡미술관 등을 거론하며 ‘내가 펀딩을 그렇게 많이 해줬는데, 그렇게 일하며 도와줬는데…’라며 서운해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 씨는 이전에 뉴욕에 들를 때 한인들보다는 주로 미국인 친구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영어 자막이 있는 한국 영화 DVD 등을 대거 구입해 미국 화가들에게 선물도 자주 했다는 것.
‘에르메스 여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명품족(族)이었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J 씨는 “뉴욕에 오면 옷값이 그다지 비싸지 않은 맨해튼의 센트리21이나 갭(GAP) 등에서 쇼핑했으며, 다만 선물용으로는 꼭 에르메스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