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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판 ‘신정아 사건’ 정가 발칵

입력 | 2007-09-14 02:58:00

귄터 페어호이겐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지난달 2일 이른 아침 자신의 비서실장인 페트라 에를러 박사의 배웅을 받으며 그의 집에서 나오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두 사람의 염문설은 지난해 7월부터 제기돼 왔다. 사진 제공 분테


EU 집행위 부위원장,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 드러나

독일 출신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고위 관리가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EU와 독일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스캔들의 주인공은 EU 집행위의 2인자인 귄터 페어호이겐(63) 부위원장 겸 산업담당 집행위원과 그의 비서실장인 페트라 에를러(49) 박사.

영국 더 타임스는 13일 독일 주간지 ‘분테’ 최근호를 인용해 “페어호이겐 부위원장이 지인에게 고백한 바에 따르면 그는 2006년 1월부터 에를러 박사와 잠자리를 같이했으며 두 사람의 관계는 2005년 봄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페어호이겐 부위원장의 아내도 ‘분테’에 기고한 칼럼에서 “남편과 별거 상태며 변호사와 법적 문제를 상의 중”이라고 밝혀 남편의 부정을 사실상 시인했다.

지난달 초에는 페어호이겐 부위원장이 밤늦게 에를러 박사의 집에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부스스한 차림으로 나오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들의 염문설은 지난해 7월 두 사람이 해변에 함께 있는 누드 사진과 손을 잡고 걸어가는 사진이 잇따라 언론에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페어호이겐 부위원장은 지난해 4월 당시 자문팀의 일원이던 에를러 박사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해 EU 집행위의 윤리규정을 위반한 ‘정실인사’라는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 에를러 박사는 이때 승진해 월급도 9045유로(약 1171만 원)에서 1만1579유로(약 1499만 원)로 올랐다.

당시 페어호이겐 부위원장은 “에를러 박사와는 우정을 나누는 사이일 뿐”이라며 “그는 옛 동독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맡아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상관 역할을 했을 정도로 뛰어난 인재”라고 정실인사 논란을 일축했다.

이번에 에를러 박사와의 염문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는 또다시 퇴진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페어호이겐 부위원장의 후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각료 임명권을 나눠 가진 사민당과 기민당 간의 연정이 와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페어호이겐 부위원장의 말만 믿고 그를 두둔해 온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도 이번 스캔들로 타격을 입어 재선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