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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카페]기업들 ‘무릎 꺾는’ 공정위

입력 | 2007-09-07 03:01:00


《기술력과 도전정신으로 승부하는 국내 벤처기업의 성공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관련업계에서는 흔히 “10개에 투자해 1개만 성공해도 본전은

찾는다”고 얘기합니다. 바꿔 말해 9개의 실패를 성공한 1, 2개에서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술 개발 투자 등 모험에 나설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성공한 1개는 과연 얼마 동안이나 ‘대박’을 보장할까요. 》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64메가 D램 가격은 1997년 60달러였으나 이듬해 20달러로 3분의 1로 떨어졌습니다. 1999년에는 10달러, 2002년에는 1.2달러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글로벌 경쟁이 워낙 치열해 “1, 2개 대박을 터뜨려도 단기간에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면 본전도 건지기 어렵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들의 혁신 의욕을 꺾는 법안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1월 4일 시행 예정으로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그것입니다.

▶본보 6일자 A2면(일부 지역 A1면) 참조

▶ 기업들 “정부가 신기술 개발 막나”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기술 개발을 통해 원가를 절감해도 기존 가격을 유지하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 기업의 이익률이 같은 업종의 ‘통상적인 수준’ 보다 ‘현저히’ 높을 때도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통상적’이라거나 ‘현저히’라는 것을 누가 어떻게 판단할지도 의문이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은 신기술 개발이나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의욕을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정위는 본보 보도가 나간 뒤 6일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독일 영국 등에서도 원가나 다른 경쟁시장에서의 가격(이익률)과 비교하는 방법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공정거래 전문가들은 “유럽에서는 기업의 상품 가격이나 이익률을 직접 규제하는 게 아니라 진입장벽에 문제가 있어 경쟁에 제한이 있는지만을 판단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독점이익을 향유하려는 기업의 모험이 ‘사회악’으로 치부되면 혁신 인센티브나 역동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공정위는 의견을 좀 더 수렴해 개정안을 확정 짓겠다고 했습니다. 자주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받아 온 공정위가 이번에는 어떤 최종안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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