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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합의땐 차기정부 부담

입력 | 2007-08-09 03:02:00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대규모 대북 투자가 필요한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북한과 중국 등을 방문해 북측 인사와 접촉해 정상회담을 추진해 온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8일 “회담에서 남측이 북측에 초기 설비투자 등을 지원키로 약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발언은 북한에 도로 항만 등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위한 지원이나 평양 신의주 청진 등에 ‘제2의 개성공단’을 만들기 위한 투자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실제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과 자금 확보, 공사 추진의 책임은 차기 정부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으로부터 대통령선거일(12월 19일)까지는 100여 일밖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중간이나 대선이 끝난 뒤에 현 정부가 큰 돈이 들어가는 대북 사업을 실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남북 정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이나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등 민감한 안보 이슈에 대해 시한을 정하지 않고 ‘추진키로 한다’는 식으로 합의를 할 경우에도 차기 정부가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DJ)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공통성이 있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헌법 개정과 연관된 주권과 영토 문제 등이 걸려 있어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서도 DJ 방북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보수와 진보 진영 간 갈등의 불씨가 됐다.

북핵 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만들어질 경우에도 그 실행을 위한 조치는 차기 정부의 짐이 된다. 평화협정 체결과 북핵 문제의 최종 해결 단계인 핵 폐기 및 평화협정 체결은 물리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이 나중에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받으려면 노무현 대통령이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