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시민단체·시민들,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이벤트용 시각도

입력 | 2007-08-08 18:10:00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된 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TV를 통해 나오는 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주의깊에 듣고 있다. 이날 라이트코리아, 북행저지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은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홍진환 기자


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시민단체들과 시민들은 '남북 관계 진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느닷없는 '대선용 이벤트'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경실련 박병옥 사무총장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반도 긴장이 여전히 진행형인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필요한 건 사실이고 결실을 맺길 바란다"며 환영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하필 왜 지금이냐'는 논란이 다시 일겠지만 정치권의 어느 쪽이든 정상회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국민들이 곱게 보지 않을 것"이라며 "정상회담 자체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박정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남북이 능동적으로 이끈다는 의미에서 정상회담 개최는 매우 필요하고 중요하다"며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정부는 정치권과 국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는 과정을 밟아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김인성(24) 씨도 "10년 가까이 유지한 햇볕정책이 한나라당 집권으로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 남북 화해 모드를 공고히 하는 적기(適期)"라고 말했다.

반면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 이석연 변호사는 "남북 정상회담을 출발점으로 (범여권이) 이슈 선점을 계속해서 결국 12월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현진권 사무총장도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국제 공조가 되지 않은 가운데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대선용 정치 이벤트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탈북자동지회 이해영 사무국장 역시 "대선을 앞두고 하는 이런 식의 정상회담은 통일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북한 정권의 연장을 도와주는 측면이 있다"며 "2000년 약속대로 서울에서 하지 않고 평양에서 하게 됐는데 북한은 '남측 대통령이 김정일 장군님을 찾아서 왔다'고 홍보할 게 뻔하다"고 내다봤다.

회사원 이동욱(38) 씨는 "남북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이 불리하니까 정략적으로 추진한 카드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교사 최용선(46) 씨는 "국민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벤트 하나로 선거 판세가 움직인다고 보지 않는다"며 다른 견해를 보였다.

대학원생 노동환(29) 씨는 "임기 말 노 대통령의 업적 쌓기 목적이 짙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북5도민회 중앙연합회 오영찬 회장은 "정상회담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임기가 6개월 밖에 안 남은 분이 가서 다음 정권에서 책임도 못질 약속만 하고 오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며 "고향 땅을 밟아보는 게 우리의 소원이지만 다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장훈경(중앙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