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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게 아닌데…”

입력 | 2007-07-30 02:58:00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요.”

요즘 롯데그룹 임직원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얘기다. ‘제2롯데월드 건립’, ‘여행사업 진출’ 등 최근 롯데가 추진한 각종 사업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거나 마찰을 빚으면서 그룹 분위기도 무겁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성장 동력에 차질이 생겨 현재 5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인 재계 순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투자 결정에 시간 너무 걸려

롯데는 특히 신격호 회장의 숙원 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립이 실패하면서 그룹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

신 회장은 20여 년 가까이 땅을 놀리면서도 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에 애착을 가졌다. 경쟁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업 규모를 줄여 지었으면 더 큰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최근 롯데의 잇단 악재를 지나치게 신중한 기업문화와 관련짓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 센텀시티 입찰 실패. 부산시가 2004년 9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내 위락단지(UEC) 용지 7만5570m²(약 2만2900평) 매각을 위해 실시한 공개경쟁입찰에서 롯데는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다.

하지만 롯데가 유찰 후 최저입찰가가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신세계가 마감시간 5분을 남겨놓고 전격적으로 입찰에 참가해 낙찰자가 됐다.

신세계의 전문 경영인이 신속하게 입찰참가 신청 결정을 내린 것과 달리 롯데는 오너를 정점으로 한 신중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다가 일을 그르친 것. 이런 특성은 속도와 과감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결정에서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쟁업체 관계자는 “롯데는 원가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제과업으로 시작한 기업문화 특성상 대규모 투자결정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진단했다.

○ 반전 노리는 롯데

롯데 측은 최근 악재가 성장 동력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임영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롯데쇼핑 상장으로 확보한 3조 원 이상의 현금이 여전히 건재해 대규모 인수 건을 한두 건만 성사시키면 곧바로 분위기는 반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가 ‘눈에 띄지 않게’ 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우리홈쇼핑을 전격적으로 인수해 국내 유통업체로서는 처음 슈퍼마켓부터 백화점까지 모든 유통 채널을 확보했다. 비싸게 샀다는 비판도 있지만 홈쇼핑이나 편의점이 없는 신세계나 할인점이 없는 현대백화점 등 경쟁사에 비해 향후 유통시장 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기반을 구축했다.

여기에다 중국에 식음료 사업을 총괄 조정하는 지주회사를 만드는 등 해외 성장 기반을 이미 마련해둔 것도 경쟁업체보다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