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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통역사들 “준비 많이 했지만… 민감한 부분 쉽지 않아”

입력 | 2007-07-20 02:59:00


검증청문회가 생중계되는 6시간 동안 TV 화면 오른쪽 아래에는 쉴 틈 없이 손짓, 몸짓으로 동시통역을 하는 수화(手話)통역사가 비쳤다.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였다.

과연 수화통역사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들까지 다 전달할 수 있었을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검증청문회를 동시통역한 KBS의 김태완 수화통역사는 “워낙 민감한 내용이 많아 나의 해석을 집어넣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뉴스와 기사검색을 통해 박 전 대표 관련 내용을 미리 파악했지만 쉽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수화는 단순히 손짓 외에 눈짓, 입 모양, 표정, 어깨의 움직임 등 온몸으로 진행된다. 체력 소진이 워낙 심해 일본에서는 휴식 없이 20분 이상 수화를 못하게 할 정도. 김 씨는 오전에 3시간을 동시통역했다.

수화통역사들은 청각 장애인의 언어 구사력이 비장애인보다 떨어지는 때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이미혜 사무처장은 “예컨대 ‘외국인들이 향수병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말을 그대로 수화로 옮기면 일부 청각 장애인들은 ‘향수병’, ‘몸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고향이 그리워 마음이 아프다’고 바꿔 전달한다”며 “청각 장애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