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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피 물든 ‘붉은 사원’

입력 | 2007-07-11 03:02:00


파키스탄 정부군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이 8일째 극렬 대치해 온 이슬라마바드의 ‘랄 마스지드(붉은 사원)’가 10일 끝내 붉은 피로 물들었다.

파키스탄 정부군은 최종 협상이 결렬된 직후인 오전 4시경 사원에 돌입해 무력 진압에 나섰다. 이날 진압 과정에서 적어도 무장대원 50명과 진압군 8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무장 세력의 저항을 지휘한 이슬람 과격파 성직자 압둘 라시드 가지 씨는 마지막 저항 거점이었던 부속 여학교 건물에서 반나절이 넘는 교전 끝에 사살당했다고 국영 파키스탄TV가 보도했다.

이날 진압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사원 안팎에선 검은 연기가 치솟고 섬광이 번쩍였으며 총소리가 시 전역에 울려 퍼졌다.

이에 앞서 3일 이슬람 과격파 성직자와 학생이 포함된 무장 세력은 사원 부근의 정부군 검문소를 공격한 뒤 사원과 학교 내 여성과 어린이 수백 명을 인질로 잡고 정부군과 대치해 왔다.

이들은 ‘파키스탄 내 탈레반 세력의 용인’과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사회악 일소’를 주장하며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협조적인 페르베즈 무샤라프 정부에 저항해 왔다.

무장 세력은 소총과 로켓, 수류탄 등으로 무장했고 곳곳에 부비트랩을 설치해 진압군에 대항했다. 군 당국은 외국에서 온 테러리스트들이 무장 세력을 실질적으로 조종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편 정부군의 진압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파키스탄 전역에서는 무력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북서쪽 바타그람에선 무장 시위대 100여 명이 공포를 쏘며 반(反)정부 투쟁을 다짐했다. 동부 물탄에선 이슬람학교 학생 500여 명이 도로를 점거하고 “무샤라프 퇴진”을 외쳤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번 무력 진압으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에 대한 반감이 국민 전체에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